아직도 여전히 앳돼 보이지만 한달반 후면 벌써 5년차 프로 선수다. 넥센 히어로즈의 좌완 강윤구(22)는 이제 후배를 4번이나 맞은 선배가 됐다.
강윤구는 지난달 31일부터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리고 있는 팀의 마무리 훈련에 참가해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올 시즌 125⅔이닝이나 던져 휴식이 필요할 법 하지만 "아직 쉴 실력이 아니다. 지금 놀면 내년에 또 똑같다"는 게 그의 생각.
그는 올해의 자신에게 유독 박한 점수를 줬다. 강윤구의 올해 성적은 27경기 4승7패 평균자책점 4.08. 피칭의 큰 기복 탓에 1, 2군을 오가기도 했고 선발 자리에서 물러나 불펜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는 올해 본인의 성적에 대해 "무조건 0점"이라고 못박았다.

올 시즌 그에게 부족했던 것은 무엇일까. 강윤구는 "내 공을 던지지 못했다.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이 없었고 항상 후회가 남았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 안의 어떤 것 하나를 뛰어넘어야 하는데 '그 알'을 깨기가 너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이제 무조건 유망주로 감싸기에도 애매한 연차. 그는 "유망주 꼬리표는 떼고 싶지만 아직 에이스라고 불릴 수도 없는 수준"이라고 자신의 위치를 정리했다. 2009년 데뷔 때부터 붙어왔던 "류현진, 김광현을 이을 좌완", "트레이드 불가 선수"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웠던 듯 했다.
올해 그에게 그나마 수확이 있다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 첫 풀타임 시즌을 통증 없이 마쳤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9월 수술을 받은 그는 지난해 말까지 재활에 매진했다. 올해 100이닝을 넘게 던지고도 큰 통증을 느끼지 않은 것이 큰 소득이었다.
"류현진을 뛰어넘고 싶다"던 포부는 입단 2년차에 큰 수술을 받으며 약간 틀어졌지만 점차 성숙해지고 있다. 이번 마무리 훈련에서 강윤구를 지켜보고 있는 최상덕 투수코치는 "본인 스스로가 피칭을 녹화해 돌려보며 이것저것 물어본다. 문제의식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변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강윤구는 내년 시즌 "한 번 후회없이 제대로 던져보고 싶다"고 했다. 이제 '잘 긁히면 류현진을 넘을 투수'라는 꼬리표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잘 긁히면'이라는 경우의 수를 무시할 수 있을 만큼 큰 투수가 되기 위해 강윤구는 큰 성장통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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