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진을 구축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14일 롯데 자이언츠 15대 사령탑으로 취임한 김시진(54) 감독의 일성이다. 김 감독은 "현재 롯데는 선발진이 고정 돼있지 않다. 겨울동안 우선 선발 자원을 넉넉하게 만들어서 고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지키며) 던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선언했다. 또한 "밖에서 봤을 때 키워보고 싶던 선수가 2~3명은 된다. 2군에 젊은 선수들에게 눈을 돌릴 것이다. 2군이 강해져서 선수층이 두터워져야 한다"며 "투수 지도는 자신있다"고 말했다.
올해 롯데의 겉으로 드러난 지표는 타선 침체-마운드 강화였다. 롯데는 팀 평균자책점 2위(3.48)를 기록한 가운데 중간계투진의 양적·질적 향상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선발이 고민이었다. 그 동안 선발야구를 펼쳤던 롯데지만 올 시즌에는 송승준-유먼-사도스키 정도만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지켰다. 이용훈과 고원준은 고정적으로 선발진에 머물지 못했고, 사도스키는 로테이션은 지켰지만 기복이 심했다. 롯데 배재후 단장이 김 감독 영입을 발표한 뒤 "우승을 위해서는 마운드 강화가 우선"이라고 이야기 한 것은 선발진이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내년 롯데 선발진은 전력상 올해보다 크게 나아지기 힘들다. 사도스키는 교체가 유력시되고, 유먼은 해외구단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제대 예정인 조정훈은 팔꿈치가 좋지 않아 일단 몸 상태를 지켜봐야 하고 이용훈 역시 어깨 건초염을 얼마나 털어 버렸는지가 관건이다.
결국 고정 선발요원은 송승준 하나만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 감독의 "선발진 강화"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렇다면 김 감독이 생각하는 내년 롯데 선발진 구성은 어떻게 될까. 김 감독은 "일단 송승준에 용병 2명으로 선발투수를 맞출 것이다. 그리고 고원준이나 진명호 등 여러 선수들을 시험해 보고 나머지 선발진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고원준과 진명호가 '김시진 호'의 황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2년 만에 은사를 다시 만나게 된 고원준은 올해 3승 7패 평균자책점 4.25로 부진했다. 김 감독은 "고원준은 담당 투수코치(정민태 코치)가 맡아서 지도할 것"이라며 "같은 곳에 집을 얻었다고 들었다. 아마 정민태 코치 손바닥 위에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진명호는 올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선발로만 나오면 번번이 무너졌다. 그렇지만 위력적인 공을 갖고 있고, 아직 발전의 여지가 많은 선수라 김 감독은 벌써부터 그를 주목하고 있다.
정민태 투수코치는 고원준과 진명호를 눈여겨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 코치는 "어린 투수들에게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넘치면 마운드에서 포수 뒤에 있는 관중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까지 다 보인다. 반면 여유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면서 "아직 어린 선수들은 자신감이 없다. 이것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명호가 그런 경향이 있는데 자신감을 끌어 올리면 지금보다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원준은 정 코치가 누구보다 잘 아는 제자다. 정 코치는 "혼자 살면서 제대로 못 챙겨먹으면 컨디션이 다운된다. 고원준이랑 같은 숙소를 얻었는데 챙겨줘서 몸을 좀 불리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젊은 선수가 놀고싶은 게 당연하다. 잘 놀고 열심히만 운동하면 원준이도 좋은 공을 던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밖에서 본 진명호에 대해 정 코치는 "고쳐야 할 점 위주로 말하면 공이 단조롭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투구 시 폼이 열린다. 이런 점을 수정한다면 훨씬 좋아질거라 본다"고 말했다. 또한 "고원준도 마찬가지지만 진명호가 올해 스피드가 떨어졌는데 기존 스피드를 되찾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원준과 진명호가 선발진에 안착 한다면 롯데는 마운드 운용이 훨씬 자유로워 진다. '김시진 감독-권영호 수석코치-정민태 투수코치'로 구성된 '투수조련 드림팀'이 롯데의 젊은 투수들을 깨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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