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최진수와 김동욱이 있는 게 편하다. 하지만 남은 선수들이 열심히 수비해주고 있다.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태풍(32)이 지옥과 천국을 오가며 고양 오리온스의 3연패를 끊었다. 전태풍은 14일 홈에서 열린 KCC와 2라운드 맞대결에서 13득점 6어시스트 2스틸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3쿼터에 파울 4개째를 범해 벤치에 앉고 말았지만 4쿼터 초반 3점슛으로 기세를 올리며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이로써 오리온스는 시즌 7승(6패)을 거두고 다시 5할 승률 이상을 올렸다.
그러나 경기 후 전태풍은 4쿼터 자신의 활약에 흡족해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반성과 부상이 만연한 지금 상황에서 남은 동료들이 더 잘 뭉치기를 원한다고 했다. 어깨 부상을 당한 최진수의 복귀 시점이 확실치 않고 김동욱도 2달 결장 예정, 외국인 득점원 테렌스 레더까지 무릎 통증으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닌 것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사실 올 시즌 오리온스는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혔다. 지난 시즌 슈퍼루키 최진수가 가능성을 증명했고 김동욱 트레이드는 대성공이었다. 여름에는 귀화혼혈선수 전태풍을 데려오며 최대약점이었던 포인트가드 포지션을 최대강점으로 메웠다. 게다가 2012 외국인 선수 트래프트에서 검증된 레더를 뽑았다.
다양한 스타일의 가드, 포워드 라인을 구축한 오리온스는 2012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전체 3순위로 202cm의 센터 김승원도 지명했다. 이렇게 오리온스는 리빌딩 마무리에 접어드는 것과 동시에 작년 KGC처럼 믿기지 않는 돌풍도 일으킬 듯싶었다.
하지만 올 시즌 2라운드도 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줄부상이 찾아왔고 3연패까지 당했다. 겨우 몇 년 만에 제대로 된 전력을 구축했는데 부상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태풍은 크게 개의치 않고 팀 동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전태풍은 “최진수와 김동욱이 빠지고 레더도 부진하니 그만큼 내게 집중 마크가 오는 게 사실이다”면서 “그렇다고 나 혼자 해서는 안 된다. 서로 도우며 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먼저 전태풍은 급격한 체력저하를 겪고 있는 레더에 대해 “그만큼 더 레더에게 신경 써주어야 한다. 속공 득점이나 좋은 자리에서 쉽게 득점하게 계속 유도해야한다. 그러다보면 자기 기량이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며 “레더에게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있다. 우리 동료의 기는 내가 살려야 하는 것”이라고 포인트가드로서 팀 주득점원을 정신적으로 돕겠다고 했다.
이어 전태풍은 또 다른 외국인 리온 윌리엄스와의 호흡에 대해서도 “오늘 경기서는 내가 리온에게 제대로 하지 못했다. 파울트러블에 빠지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그나마 4쿼터 막판에 정신 차렸고 리온과 해왔던 2대2를 할 수 있었다”고 이날 22득점 15리바운드로 골밑을 지킨 팀 동료의 활약에 자신이 박자를 맞추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마지막으로 전태풍은 “솔직히 최진수와 김동욱이 있는 게 편하다. 하지만 남은 선수들이 열심히 수비해주고 있다. (선수 구성이)다른 것뿐이지 (실력의)차이가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오늘도 정재홍이 잘해줬다. 공격에서 해주니 내가 정말 편했다. 이러면 된다. 모두다 조금씩 더 나은 기량을 보여준다면 최진수와 김동욱이 없어도 이길 수 있다. 내가 집중마크 당해도 동료들이 이렇게 득점해주면 상대는 절대로 나만 막지 못할 것이다”고 팀 전체가 분발해서 부상으로 인한 전력이탈을 극복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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