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5, 한화)의 미국 메이저리그(MLB)행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MLB 선배인 추신수(30, 클리블랜드)가 바라보는 류현진은 어떨까. 추신수는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 본다”라면서도 “팀 적응이 우선이다”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인 두 선수는 14일 나란히 미국으로 출국했다. 고국에서 짧은 휴식을 즐긴 추신수는 내년 시즌을 앞두고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들어간다. 반면 류현진은 출국의 목적이 다소 다르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영입 권리를 확보한 LA 다저스와의 계약 등 세부 조건을 논의하기 위해 출국했다. 아직은 동등한 메이저리거의 위치가 아니다.
그래도 두 선수는 내년 MLB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거액의 포스팅 비용을 지불했다. 그만큼 기대치가 크다. 연봉협상에서 어느 정도 진통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영입 계획 자체를 백지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만약 류현진의 다저스 입단이 결정된다면 두 선수의 맞대결 등 여러 부분이 화제를 모을 전망이다. 국내 팬들로서는 기분 좋은 상상이다.

추신수는 이런 류현진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신수는 “(류)현진이와는 맞대결을 해본 적이 없다. 수비 때 외야에서 지켜보는 정도였는데 잘 던지더라”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맞대결도 그렸다. 추신수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장면이다. 나도 현진이도 봐주는 것 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결과를 떠나 뿌듯한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현지 적응이다.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에서 MLB로 직행한 첫 사례다. 외국에서 뛰어본 적도 없다. 주로 마이너리그부터 거친 이전 MLB 선배들과는 분명 다른 경로다. 때문에 언어·음식을 포함한 전체적인 현지 환경부터 적응해야 한다. 이 장벽에 부딪힌다면 아무리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라도 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 후에는 팀과 리그에도 적응해야 한다. 추신수도 여기에 주목했다. 추신수는 “물론 통역도 있고 도와줄 사람도 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팀 동료들과 잘 어울리라고 조언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추신수는 “류현진은 돈을 많이 받고 들어온 선수다. 왠지 모를 위화감이 있을 수도 있다. 결국 동료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에서 온 선수가 아니라는 기분이 들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MLB에 진출한 만큼 현지인의 사고방식과 행동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운드 위에서는 한없이 진지해지는 선수지만 덕아웃에서의 류현진은 밝고 쾌활한 성격이다. 외국인 선수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냈다. 때문에 팀 적응은 걱정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뒤바뀌었다. 류현진이 이방인이다. 모든 것이 새로운 상황에서 하나하나 부딪혀 나가야 한다. 추신수도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처음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류현진의 우선 협상권을 따낸 팀이 다저스라는 사실이다. 추신수는 “운이 좋다. 다저스의 연고지인 LA에는 한인들이 많이 산다”라면서 LA라는 도시 자체가 류현진의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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