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 “첫 영화, 얼굴 크게 나와서 부담돼요”[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2.11.15 11: 02

가수에서 연기자, 이제는 영화배우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8년여 동안 쭉 브라운관에서만 볼 수 있었던 김재중. 그러나 11월 15일부터 브라운관의 몇 배나 되는 대형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 이는 김재중 본인에게도 어색한 상황.
“기분이 새로워요. 영화를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나오니까 새롭죠. 그런데 제 얼굴이 크게 나온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그렇게 크게 본 적이 없으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부담스러웠죠.(웃음)”
팬들은 김재중의 얼굴이 극장 스크린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크게 나오는 게 놀랍겠지만 더 놀라운 게 있다. 그가 첫 영화로 선택한 건 코미디 영화 ‘자칼이 온다’. 여자보다 아름다운 미모(?)를 소유한 김재중이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고 코믹한 표정은 물론 몸개그까지 했다. 처음 도전한 영화에서 제대로 망가지기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고 연기했다.

“나사 하나를 빼놨어요. 정신없이 망가졌죠. 그래서 애드리브가 더 많이 나왔어요. 앞으로도 작품에서라면 더 망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젠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망가져야 한다면 빼지는 않을 거예요.”
‘자칼이 온다’에서 김재중은 거짓말을 하나도 보태지 않고 제대로 망가졌다. 킬러 봉민정(송지효 분)에게 납치된 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김재중은 눈 밑에 다크서클은 물론 고음불가 노래실력, 어설픈 춤 솜씨, 이것도 모자라 배에 한껏 공기를 넣은 올챙이배까지 굴욕적인 모습만 쏙쏙 골라서 보여준다.
무엇보다 김재중이 “가장 민망했다”고 했을 정도로 팬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장면이 펼쳐지기도 한다. 성격이 실제 조용하고 내성적인 배우였다면 굴욕퍼레이드는 감히 도전할 수는 없었을 터. 얼굴에 ‘장난기’라고 쓰여 있는 김재중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유머를 쏟아냈다.
“평소에 장난치는 걸 진짜 좋아해요. 제 양쪽 광대에 장난기가 묻어있죠. 저의 광대는 장난 주머니예요.(웃음) 제가 뒤돌아 있는 상태에서 살짝 비틀면 광대만 보이는데 그게 바로 장난기죠.”
코미디 장르의 영화인만큼 배우들의 코믹연기로 현장 분위기는 말 그대로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극 중 김재중이 킬러 봉민정(송지효 분)에게 납치된 후 영화의 3분의 2는 의자에 묶여 있기 때문에 액션연기보다 더한 고충을 겪어야 했다.
“영화 같은 경우는 촬영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드라마는 야외신이 많고 많이 움직여야 해서 잠이 오면 제자리걸음이라도 할 텐데 ‘자칼이 온다’에서는 계속 의자에 묶여 있어서 움직이질 못해 잠을 이겨낼 수가 없더라고요. 제 의자와 상관없이 잠이 오는데 어이가 없었죠.(웃음)”
‘자칼이 온다’ 촬영 당시 드라마 ‘닥터진’ 출연도 병행했던 김재중은 올빼미 같은 생활을 몇 달 동안 지속했다. 여기에 ‘닥터진’ 촬영은 한여름 야외에서 이뤄진 탓에 더위를 이겨내야 했고 ‘자칼이 온다’는 여름이었지만 지하에서 진행돼 패딩까지 챙겨 입어야 했다. 한 마디로 하루에도 여름과 겨울을 왔다 갔다 했던 상황. 건강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지만 김재중은 아플 새가 없었다.
“신경 쓸 여유가 없었어요. 웃긴 건 몸이 ‘너 지금 아프면 안돼’라고 알았나 봐요. ‘닥터진’과 ‘자칼이 온다’ 촬영이 끝나고 쉬지 않고 바로 미국에 일이 있어서 갔어요. 휴식기가 없었죠. 아마 그래서 아프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얼마 전 영화 시사회 끝나고 팬미팅 하러 해외에 나갔다가 들어왔어요. 지금은 아프면 안돼요.”
잠을 못 잘 정도로 일을 하다 보면 지칠 만한도 한데 김재중은 오히려 쉬는 게 더 힘들다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말해 ‘워커홀릭’. 워커홀릭에 빠진 사람들의 특징이 휴식시간이 주어지면 마음껏 놀지 못한다는 것.
“바쁜 게 좋아요. 바쁘면 스트레스 받을 시간도 없죠. 놀고 있으면 진짜 힘들어요. 쉬면 정신적으로 더 힘들어져요. 저는 쉬는 방법을 몰라요. 쉬는 날에 일단 맛있는 걸 먹고 사람들 좀 만나고 그 다음에는 뭘 해야 할지 생각이 안나요. 휴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을 거면 그냥 일하는 게 낫죠.”
일에 푹 빠져 사는 김재중. 그만큼 연기에 대한 욕심도 클뿐더러 그 욕심이 받쳐주는 천상 배우다. 배우들이 동시에 두 가지 캐릭터를 연기하면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인물을 완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김재중은 아니었다. ‘닥터진’ 촬영장에서는 김경탁이었고 ‘자칼이 온다’ 촬영장에서는 최현이었다.
“‘닥터진’과 ‘자칼이 온다’를 함께 찍으며 연기의 재미를 느꼈어요. 몸은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죠. 두 작품을 동시에 하면 두 캐릭터에 몰두하는 게 너무 어려운데 이상하게 ‘닥터진’ 현장에 가면 눈물이 날 것 같고 ‘자칼이 온다’ 현장에 가면 웃기고. 이중인격처럼 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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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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