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에는 미안하다. 선수들도 눈에 밟힌다. 그렇지만 김시진 감독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거인 타격의 부활이라는 특명을 안고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게 된 박흥식(50) 타격코치가 팀 이동과정에서 나온 여러가지 이야기에 대해 가감없이 속내를 드러냈다.
박 코치의 롯데행 소식이 알려진 건 지난 11일. 넥센 가고시마 마무리캠프 도중 박 코치는 롯데 김시진(54) 감독의 부름을 받고 곧바로 귀국했다. 내년에도 타격 쪽을 박 코치에게 맡기려 했던 넥센은 갑작스러운 결정에 아직 후임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롯데의 마무리훈련이 한창인 15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박 코치는 "넥센에는 미안한 마음 뿐"이라며 "'코치님 어디 가시냐. 우리는 어떡하냐'고 말하던 선수들도 눈에 밟힌다"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박 코치의 열정적인 지도로 큰 성장을 한 박병호와 서건창이 특별히 더 서운해 했다는 후문이다.
박 코치는 "내가 비난을 받고 있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어려울 때 내게 손을 내밀어 준 (김시진) 감독님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이건 신의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10년 야인으로 있던 박 코치를 넥센으로 불러 함께 했다. "그때 김시진 감독님께 '어디로 가시든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말한 박 코치는 "물론 마무리훈련까지 가서 중간에 귀국한 것은 넥센에 미안한 일이다. 그렇지만 가고시마로 떠날 때까지 김시진 감독님은 내년 한 해는 무조건 쉴 거라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박 코치는 항간에서 떠돌고 있는 넥센과의 2013년 계약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다. 코치들은 아직 계약을 맺은 시기가 아니었다. 계약을 파기한 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이제는 롯데 타격을 살려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올해 롯데는 팀 타율 2위를 기록 했지만 팀 득점은 공동 최하위에 그쳤다. '거포 군단'이라는 체면까지 구겼다. 박 코치는 "나는 팀 타율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보다는 득점권 타율이 높아야 한다. 롯데가 올해 팀 타율이 높았지만 점수가 안 난건 득점권 타율이 낮아서다"라고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
롯데 타자들에는 '희생과 배려'를 이식할 계획이다. 박 코치는 "득점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가 죽더라도 주자는 보낸다는 희생과 팀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가 필요하다"며 "넥센에서도 선수들에 가장 먼저 강조한 게 이것이다. 홈런을 치더라도 기본적으로 팀을 먼저 위한다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준비 돼 있어야 한다. 앞으로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끝으로 박 코치는 "명문팀 롯데에 오게 돼 부담도 있지만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다시 화끈한 야구를 팬들께 보여 드리도록 노력할 것"이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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