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극장가에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꼬집은 ‘내가 살인범이다’, ‘돈 크라이 마미’, ‘남영동 1985’ 등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영화들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내가 살인범이다’와 ‘돈 크라이 마미’는 사법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범죄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 내지는 무죄를 선언하는 어이없는 대한민국 법치국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남영동 1985’는 인권문제를 꼬집는다.
지난 8일 개봉해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내가 살인범이다’는 잘생긴 외모를 가진 연쇄살인범이 살인참회 자서전을 내고, 이를 이용해 스타가 된 그를 추적하는 형사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네덜란드 여대생을 살해한 사건을 책으로 발표하며 현재까지도 유명 작가로서 살아가는 사가와 잇세이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공소시효 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문제 제기를 한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둔 ‘돈 크라이 마미’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딸을 잃게 된 엄마가 법을 대신해서 복수를 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미성년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법규제가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무거운 죄질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가해자들과 치유되지 않는 피해자의 고통을 보여주며 보는 이들마저 분노하게 만든다.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가해자 때문에 계속해서 고통 받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슬픈 현실을 다룬 이 작품은 법망에서 유유히 빠져나가며 사법제도를 비웃는 미성년 가해자들의 모습으로 관객들의 공분을 이끌어낸다. 또한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파괴시키는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과 함께 계속되는 성범죄에도 개선되지 않는 사법제도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마지막으로 ‘남영동 1985’는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수기를 바탕으로 1985년 고문으로 악명 높았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22일간 벌어졌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인권문제를 수면 위로 꺼낸다.
주인공 김종태(박원상 분)이 영문도 모른 채 골방에 끌려가 성추행, 물고문, 전기고문 등 인간이 인간에게 도저히 할 수 없는 고문을 당하는 모습을 통해 과거에 대한 반성과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 ‘인권’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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