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감독, 손자뻘되는 선수들과 친구먹은 사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1.15 15: 55

"요즘 이태양이랑 좀 친해졌어".
한화 김응룡(71) 감독의 별명은 '코끼리'. 185cm 95kg 거대한 체구를 자랑하는 김 감독의 존재는 선수들에게 공포 그 자체다. 좀처럼 말없는 김 감독은 선글라스를 낀 채 양 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아 넣고 선수들을 지켜본다. 선수들로서는 말을 붙이기는 커녕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힘든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하지만 그런 한화에서도 김 감독의 '친구'가 생겼다. 놀랍게도 3년차 우완 투수 이태양(22)이 그 주인공이다. 1941년생의 김 감독보다 무려 51살이나 어린 손자뻘. 그러나 한화에서는 선수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김 감독과 이야기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워졌다. 김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게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지만 이태양과 좀 친해졌다. 이름도 좋잖아, 태양"이라며 껄껄 웃었다.

김 감독이 이태양과 친해진 건 당연히 그의 가능성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일단 김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키 크고, 덩치 좋아야 한다. 이태양은 190cm 89kg 건장한 체구를 자랑한다. 올해 2군 퓨처스리그에서 27경기 6승8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5.25를 기록하며 가능성 보였다. 이번 마무리훈련에서도 집중적으로 점검받고 있다.
김 감독은 "이태양이 몸도 좋고 될 것 같다. 슬슬 나한테 말도 많이 붙인다. 친구 한 번 사겨볼라고"라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이내 김 감독은 "내가 이런 말하면 잘 안 되더라"며 혹여 이태양이 자만심을 가질까 걱정도 내비쳤다. 할아버지의 마음이었다.
손자뻘 되는 선수들과의 사연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지난달 말 대전구장에서 마무리훈련을 할 때 김 감독은 숙소 근처에 있던 신인 2명을 불러 직접 소고기를 사줬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1~2라운드로 지명된 투수 조지훈과 김강래였다. 김 감독은 "나랑 셋이서 60만원어치 사먹었다. 나는 먹는 양이 정해져 있는데 둘이서 아주 잘 먹더라"고 폭소를 터뜨렸다.
덩치가 크고, 먹성 좋을 것 같다는 이유로 김 감독에게 붙들린 조지훈과 김강래는 김 감독의 "하나 더?, 하나 더?"라고 물을 때마다 군말없이 "예"라고 답하며 60만원 어치의 소고기를 헤치웠다. 김 감독은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 다음날 배탈 났다고 하더라"며 웃은 뒤 "선수는 많이 먹어야 한다. 남들보다 더 많이 이기기 위해서는 훈련도 많이 해야 하고 그만큼 많이 먹어서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지훈과 김강래는 각각 어깨와 옆구리 통증으로 서산 마무리훈련 명단에는 일단 빠져있다. 김 감독은 "조지훈은 19일부터 다시피칭을 한다고 하더라. 가능성이 있다"며 "류현진이 없지만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이 보인다. 투수진이 괜찮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손자뻘 되는 선수들과 새롭게 함께 하는 김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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