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축구 대표팀 감독이 '애제자' 이동국(33, 전북 현대)에게 이심전심을 전했다.
최 감독은 지난 10월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행의 분수령이었던 이란과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을 앞두고 이동국을 명단에서 제외했다. 그간 최강희호에서 부동의 원톱을 맡았던 이동국이었기에 다소 의외의 선택이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최 감독의 구상은 단순했다. 이동국은 여름 내내 혹독한 K리그 일정을 소화하느라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져 있었다. 노장 이동국에게 휴식을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이동국은 최 감독의 눈을 다시 사로잡기 위해 체력을 끌어올렸고, 창끝 또한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명단 제외의 아픔 이후 K리그 7경기에 나서 7골을 터뜨렸다.

최 감독은 지난 14일 호주와 평가전을 앞두고 다시 애제자를 호출했다. 이동국은 전반 12분 환상적인 발리 슈팅으로 원샷 원킬의 득점 본능을 뽐내며 수장의 믿음에 보답했다. A매치 94경기 출전만의 통산 30호 골이었다. 유럽파가 제외된 최강희호는 이날 1-2로 역전패를 당하며 미소를 짓지는 못했지만 스승과 제자의 믿음은 다시 한 번 아로새길 수 있는 계기였다.
최 감독은 이동국을 향한 이심전심의 일화를 밝혔다. "이동국을 재발탁한 뒤 다시 만났지만 한마디도 안했다. 아무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고 말한 최 감독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다. 믿음과 신뢰가 있는 관계인데 굳이 대화가 필요한가. 물론 이동국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른다"고 웃으며 이동국을 향한 굳은 신뢰를 보였다.
최강희 감독과 이동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서 쓰디 쓴 실패를 맛본 뒤 성남 일화에서 표류하고 있던 지난 2008년 최 감독은 이동국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최고의 은사를 만난 라이언킹은 2009년 전북에서 포효했다. K리그 32경기에 출전해 22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고 소속팀은 정규리그와 챔피언십 정상에 등극했다. 이후 2시즌간 전북 선수 중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이동국은 전북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및 정규리그 1위, 챔피언십 우승으로 이끌며 다시 A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브라질로 가는 길을 장담할 수 없는 최강희호에 이동국은 분명 필요한 존재다. 영광의 지표인 센추리 클럽 가입(A매치 100경기 출전)에 단 6경기를 남겨 두고 있는 이동국이 최 감독의 이심전심을 받아 위기에 처한 한국 축구를 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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