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래 야하다고요? 아마도 억눌린 지난날에 대한 자연스러운 표출 아닐까요."
지난 10월 10일 2집 '2.0'을 발매한 10cm는 농염하고 질척한 수록곡으로 발매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리스너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있다.
10cm의 음악을 듣고 있자면, 눈을 감고 영화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이 췄던 춤이라도 추고 싶다. 그만큼 10cm의 음악은 사랑에 대한 아픔과 잊고 살았던 이별의 여운을 조용하고 천천히 떠오르게 했다.

일각에서는 '냄새나는 여자', '오늘밤에' 등의 가사가 야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게 야한가. 누구나 생각하는 것 아니에요?"라며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들에게 있어 2집 앨범 속의 농염함은 생활의 일부일 뿐이다.
최근 홍대의 분위기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10cm를 만났다. 이들의 히트곡 '아메리카노'와는 성격이 다른 수록곡들로 채워진 2집에 대해 먼저 물었다.
"대중의 평이 다양하더라고요. '아메리카노' 같은 노래를 기대하셨던 분들에게는 다소 실망이라는 평도 들었지만 '아메리카노'가 사실 우리의 색은 아니에요. 이런 고전 에로물같은 질척한 노래가 우리 스타일이랄까. 그 덕에 더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있어요."(윤철종)
2집 음악은 전체적으로 사랑에 대한 느낌을 10cm만의 감성으로 짙게 담아냈다. 유쾌한 분위기의 곡은 1집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2집 수록곡이 비슷하게 들리지만 사실 다양해요. 일부러 좀 획일화 시킨 것도 있어요. 2집에 곡을 넣기 위해 30곡 정도를 썼는데 그 중에 추린 거예요. 다양한 시도를 했기 때문에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다양한 장르가 있어요." (윤철종)
이번 2집에서 10cm는 사랑에 대한 욕망을 여실히 표현했다. 일각에서 야하다고 표현하기도 한 것이 바로 이 때문. 거기에 10cm의 짙은 음색이 묻어나자 향은 더욱 짙어졌다.

"야한것으로 치면 2집에서 더 약해졌어요. 1집에서는 오르가즘이나 스타킹 같은 단어를 넣었는데 2집에는 이런 단어를 아예 없앴거든요. 대신 창법이 좀 야한가?(웃음). 사실 야하고 싶어요. 원래 그런 것에 목매달지는 않았는데, 그런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잖아요.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권정열)
순수한 것 같으면서도 농익은 무드의 원천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10cm는 "억눌린 지난날 때문이다"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고전 에로물 같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굉장히 마음에 드는 표현이에요. 원천이요? 억눌린 지난날이랄까. 그렇게 보이시지 않겠지만 우리 둘다 많이 못놀았어요. 클럽도 작년에 처음 가봤다니까요. 속박된 삶을 살았어요. 찌질하게.. 청춘을 헛되게 보냈어요(웃음).그땐 음악만 열심히 파고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음악에 담기는 것 같아요."(권정열)
10cm가 2집 활동을 하면서 들고 나오지 않은 것이 있다. 10cm하면 함께 떠올랐던 젬베다.
"일부로 들고 나왔다기 보다는 그 악기에 좀 갇혀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하나의 아이콘이 됐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희소성이 있었어요. 그래서 특별했죠. 하지만 요즘에는 많은 분들이 젬베 연주를 하시더라고요. 또 젬베 이외의 것에서 다양한 사운드를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고요."(권정열)
10cm는 인디 밴드로서는 처음으로 내년 2월 올림픽공원 체조 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만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10cm가 어떤 공연을 펼칠지 팬들의 많은 기대를 얻고 있다. 10cm가 콘서트 티켓을 오픈하자마자 예매율 1위에 오른 것이 이를 입증한다.

"30초 만에 R석이 매진됐더라고요. 정말 놀랐죠.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에요. 만석 규모 공연장에서 인디 밴드가 공연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 완벽한 콘서트를 위해서 많은 노력과 회의를 하는 중이에요. 멀리 계신분도 가까이서 듣는 것처럼 하기 위해 음향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요. 다른 아이돌처럼 큰 특수효과는 하지 않을 예정이에요. 우리의 느낌을 살리면서 친밀감있는 공연을 만들거예요"(윤철종)
한국의 인디밴드 대명사가 된 10cm에게 꿈을 물었다.
"해외 라이센스를 받아 발매를 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일본이나 동남아 중국 쪽에서 수요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음악을 전파하고 싶어요. 유튜브에서 우리 기타 연주를 따라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권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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