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2차 드래프트에서 팔꿈치 재활을 다 마친 유망주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불과 2년 전 필승계투로 쏠쏠히 써먹던 사이드암을 데려왔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전 소속팀 두산 베어스의 옆구리를 또 찔렀다.
NC는 지난 15일 8개 구단 20인 보호선수 외 지명을 통해 8명의 선수를 수혈했다. 이 가운데에는 송신영(전 한화), 이승호(전 롯데) 등 1년 전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은 투수들이 포함되어 있는 등 총 8명의 선수가 투수 4명, 포수 1명, 내야수 2명, 외야수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1년 전 2차 드래프트에서 당시 두산 소속의 이재학(23)을 지명한 NC가 2009~2010시즌 홀드 2위 경력의 고창성(28)을 데려왔다는 것이다. 올 시즌 고창성은 주무기였던 서클 체인지업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아 21경기 3승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8.62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기며 1군보다 2군이 익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09, 2010시즌의 고창성은 국내 A급 계투 요원 중 한 명이었다. 2년차 시즌이던 2009년 고창성은 64경기 5승 2패 1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1.95로 신인왕 후보로서 손색이 없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2010년에는 73경기 6승 4패 22홀드 평균자책점 3.62로 활약했다. 두 시즌 모두 홀드 2위에 오르는 수훈을 보여주며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큰 공헌을 했던 고창성이다.
그 고창성이 흔들린 것은 최근 2년이었다. 2011년 51경기 1승 4패 14홀드 평균자책점 4.44로 안정감을 심어주지 못했던 고창성은 올 시즌 야구 내외적으로 크게 흔들리며 중용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부상이 있었고 올 시즌 개막 전에도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페이스를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한 바 있다. 그러나 특유의 땅볼 유도 능력이 살아나면 충분히 부메랑이 될 만한 투수임에는 틀림없다.
두산이 김 감독에게 '옆구리를 찔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산은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두 명의 사이드암을 타 팀에 내준 바 있다. 한 명은 이제 당당한 롯데의 필승 계투로 자리잡은 김성배(31)였으며 또 한 명이 바로 올 시즌 NC의 에이스 노릇을 한 사이드암 이재학이다. 김 감독의 초등학교 후배(대구 옥산초)이기도 한 이재학은 지난 한 시즌을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에 쏟아부었다.

시즌이 다 지난 후 미야자키 교육리그 쯤 슬슬 공을 던지기 시작한 이재학이었으나 김 감독을 비롯해 두산 출신 코칭스태프가 많은 NC는 이재학이 두산의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었음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재학은 올 시즌 21경기 15승 2패 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하며 퓨처스리그 남부 최고 투수로 우뚝 섰다. 기본적으로 제구를 할 줄 아는 데다 젊은 투수임에도 과감하게 자기 공을 던지는 담력은 이미 데뷔 당시부터 김 감독이 눈여겨봤던 바 있다.
고창성도 마찬가지다. 2008년 경성대를 졸업하고 2차 2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했던 고창성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마이 페이스'. 데뷔 당시 첫 상대 타자인 최희섭(KIA)을 상대할 때도 움츠러들지 않고 '그저 체구가 큰 타자가 들어섰나보다'라며 실실 웃었던 고창성이다. 좋았을 때도 부진할 때도 주변 시선이나 상대 타자의 위압감에 움츠러들지 않는 승부욕을 인정받던 투수다.
물론 두산에도 아직 사이드암 투수들이 있다. 올 시즌 신인으로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변진수를 비롯해 최고 148km의 공을 던지던 박민석이나 퓨처스리그에서 에이스 노릇을 했던 2년차 이정호 등이 있다. 그러나 1군 경험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재산을 지녔던 고창성을 잃은 두산이다. 전 소속팀 두산의 옆구리 투수를 쿡 찔러 데려온 김 감독의 선택은 다음 시즌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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