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인' 신춘삼, 경기 중에 얼굴 붉힌 이유는?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11.16 06: 58

신춘삼(56) KEPCO 감독은 사람 좋은 인상에 서글서글한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다. 여간해서는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다. 특히 코트에서는 난처하고 곤란한 표정을 짓는 경우는 있어도 화를 내거나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는 일이 거의 없는 감독이다.
하지만 그런 신 감독이 얼굴을 붉혔다. 신 감독이 이끄는 수원 KEPCO 빅스톰은 1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2-2013 V리그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와 경기서 세트스코어 0-3(23-25, 23-25, 16-25)로 완패했다.
경기 내용적인 면에 있어서 양 팀 모두 아쉬움이 남았을 경기였다. 하지만 KEPCO로서는 한층 더 아쉬움이 남을만한 경기였다. 매 세트마다 끈질긴 추격전을 보이고도 결정적인 순간 뒤집지 못하고 승리를 헌납했기 때문이다. 안젤코가 21득점(서브 에이스 1개 블로킹 2개)으로 맹활약했지만 1, 2세트 승부처에서 추격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1세트 초반 현대캐피탈이 리드를 잡아 점수차가 벌어질 무렵 KEPCO는 잘 따라붙었다. 하지만 막판에 아쉬움을 남기며 1세트를 23-25로 내줬다. 하지만 그야말로 간발의 차였다. 하종화 감독이 경기 후 인정했듯 현대캐피탈의 경기력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KEPCO로서는 해볼만하다고 생각할 만했다.
신 감독이 얼굴을 붉힌 것도 바로 이 시점이었다. 2세트가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 6-7로 뒤진 상황에서 신 감독이 평소의 그답지 않게 심판의 더블 컨택트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양복 상의를 벗어던지며 '웃통을 벗기'까지했다. 드문 일이었다.
경기 후 다시 온화한 얼굴로 돌아온 신 감독은 2세트 자신이 불만을 터뜨린 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원래 심판 탓을 잘 안하는 사람이다. 심판이 제대로 못봤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기준은 똑같이 적용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운을 뗀 신 감독은 "더블 컨택트 판정을 내리려면 유사하게 내려야하는 것 아니냐"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신 감독은 "배구는 흐름이 중요하다. 1세트를 아쉽게 내주고 2세트서도 그렇게 되고 나니까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밀렸다. 진정시키려고 해봤는데 잘 안되더라. 워낙 화력 차이도 나다보니 아쉽게 밀렸다"며 "그래서 웃통을 벗었다. 선수들에게 전의를 보여주고 싶어서 강하게 나섰다"고 얼굴을 붉힌 이유를 밝혔다.
올 시즌 러시앤캐시와 함께 최약체로 손꼽히는 KEPCO지만 신 감독은 쉽게 경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매 경기를 치러나가면서 실전을 통해 팀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는 상황의 KEPCO지만, 신 감독은 "단 한 세트라도 물고 늘어져서 우리가 처지는 경기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팬을 위해서라도 무기력한 경기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신 감독의 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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