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이 보인다".
주름살 가득했던 한화 김응룡(71) 감독의 얼굴에도 아주 조금씩 희미한 미소가 번지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부터 마무리훈련을 지휘하며 한 달 동안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본 김 감독은 "이제 선수단 파악은 다 끝났다. 별 것 아니네"라며 웃은 뒤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괜찮을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사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한화의 전력 보강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에이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앞에 두며 사실상 팀을 떠났고, 은퇴 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박찬호도 현역 연장이 불투명하다. 여기에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송신영이 NC에 지명돼 떠났고, FA를 신청한 마일영도 시장의 평가를 받아보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투수 전력에서 최대 4명이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여기에 FA 시장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김 감독은 "FA를 요청했으니 잘 되겠지. 며칠 내로 결정이 날 것"이라고 기대를 걸고 있지만, 한화가 노리고 있는 김주찬·정현욱 모두 시장에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태완·정현석 등 군제대 선수들이 돌아오는 것 외에는 큰 플러스 요인이 없다.
하지만 김 감독의 이 같은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는 이들이 바로 손자뻘되는 젊은 피들이다. 아직 물음표가 붙은 미완의 대기들이 많지만 결국 이들이 자라나야 한화의 미래가 밝아진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투수로는 이태양·조지훈, 야수로는 오선진·하주석의 이름을 직접 거명했다.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게 내 임무"라며 사명감을 나타냈다.
송신영이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것도 젊은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한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류현진과 박찬호마저 보호명단에 포함한 바람에 20인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18인으로 보호선수를 짜는 어려움을 겪은 한화는 젊은 선수들을 다수 보호명단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냉정하게 볼 때 내년에도 한화의 전력은 약하고, 4강 도전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김 감독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오히려 성적에 부담은 떨어졌다. 김 감독은 "없으면 없는 대로 한 번 해봐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올라오고 있으니 괜찮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오히려 이 기회를 확실한 팀 리빌딩의 기회로 삼고 있다. 거장다운 대처법이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선수들을 보고 배가 불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감독님께서도 많이 답답하실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제 그 고비를 넘어서며 희망찬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 김 감독은 숱한 스타 선수들을 떠나보내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김 감독의 생존법은 한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김 감독은 트레이드의 문도 열어놓았다. 김 감독은 "내가 감독으로 야구하는 동안 트레이드는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다. 어느 팀이든 트레이드는 가능하다"고 전력 보강의 문도 함께 열어놓았다. 팀 리빌딩의 사명감을 갖고 있는 김 감독이지만 최소한의 성적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김 감독은 여러 각도로 팀 전력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