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하루가 찾아왔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대어들을 둘러싼 각 구단들의 눈치싸움이 절정에 이르는 날이다.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각 구단들의 노하우가 총동원될 전망이다.
FA 자격을 행사한 총 11명의 선수는 16일까지 원소속구단과 우선협상을 벌인다. 그러나 난항을 겪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16일 오전 현재 아직 계약에 이르지 못한 선수는 절반이 넘는 6명이다. 그것도 ‘덩치’가 큰 선수들이 더러 있다. 이호준(SK)이 원소속팀 SK의 제안을 거절한 가운데 김주찬 홍성흔(이상 롯데) 정현욱(삼성) 마일영(한화) 이현곤(KIA)도 아직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특히 이진영 정성훈(이상 LG)의 계약 이후 '빅3'로 불리는 선수들의 거취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주찬 홍성흔 정현욱은 이미 원소속구단과 1~3차례 만남을 가져 의견을 교환했다. 원소속구단은 잡겠다는 방침이 확고하지만 선수들은 아직 도장을 내밀지 않고 있다. 이 선수들은 모두 소속 구단과 16일 마지막 협상을 갖는다. 여기서도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17일부터는 나머지 8개 구단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

3명의 선수 중에서도 최대어로 손꼽히는 김주찬은 롯데와의 금액차를 많이 좁혔다는 소식이다. 롯데는 마지막 날 극적인 타결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베테랑 홍성흔은 계약 기간에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욱은 삼성 출신 FA치고는 계약이 더딘 편이라 “액수 차이가 큰 것 아니냐”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호준은 SK가 제시한 2년 총액 12억 원의 제안을 거부해 가장 처음으로 FA 우물에 돌덩이를 던졌다.
내심 이 선수들을 노리고 있는 나머지 구단 관계자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계약 무산 소식이 들려올 경우 곧바로 접촉해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사전 접촉이라는 족쇄가 풀리는 시간은 정확히 17일 자정이다. 그때부터 선수들의 휴대전화는 불이 날 전망이다. 그간 FA 계약 사례를 보면 늦은 시간에도 집으로 찾아가는 등 온갖 방법이 다 동원됐다. 올해도 계약 과정을 놓고 재밌는 에피소드가 만들어질 수 있다.
2005년 말 FA자격을 얻고 SK에서 한화로 이적한 김민재는 자정이 넘자마자 한화로부터 연락을 받고 곧바로 새벽 협상을 벌였다. 그리고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이처럼 FA 선수들의 거취는 16일 오후부터 17일 오전 사이에 상당 부분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계약이 확정되지는 않더라도 마음이 움직이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다. 해당 선수와 구단들로서는 운명의 24시간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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