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의지’ 박경완-박재홍, 운명 엇갈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1.16 15: 05

조용할 것으로 보였던 SK의 겨울에 화두가 생겼다. 베테랑들의 거취 여부다. 박경완(40)과 박재홍(39)이 나란히 현역 연장 의사를 밝히면서 불을 지폈다. 그러나 이들의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경완은 잔류를 확정지었지만 박재홍은 다른 팀을 알아봐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박경완과 박재홍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만한 대선수들이다. 박경완은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박재홍도 호타준족의 상징으로 굳어졌다. SK의 팀 역사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박경완은 2003년부터, 박재홍은 2005년부터 SK에서 활약하며 팀의 4차례 우승에 공헌했다. 두 선수가 SK 유니폼을 입고 뛴 경기만 무려 총 1686경기다.
그러나 두 선수도 세월의 무게는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찾아오는 부상에 자주 노출되며 기량이 떨어졌다. 회복력이 예전보다 못한 것은 당연하다. 박경완은 지난 2년간 1군에서 18경기 출장에 그쳤다. 박재홍도 올해 1군에서 46경기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시즌 중반 부상도 있었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양상이 뚜렷했다.

두 선수는 이미 우리 나이로 40대에 접어들었다. 팀 내 비중도 예전처럼 절대적이지 않다. 자연히 은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두 선수는 현역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박경완은 지난 7일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다”라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구단에 전달했다. 박재홍도 15일 구단이 제시한 해외 코치 연수와 은퇴식을 일단 거부하며 현역 연장의 꿈을 드러냈다.
얼핏 보면 같은 상황이다. 자리가 불확실한 베테랑 선수들이 현역 연장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 둘을 바라보는 SK의 시선에는 약간의 온도차가 있다. 두 선수의 상징성과 그동안의 팀 공헌도는 인정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선수는 다음 시즌부터 다른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박경완은 안고 간다는 게 구단의 확고한 계획이다. 민경삼 SK 단장은 박경완의 거취 여부에 대해 “내년에도 우리와 함께 간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경완이 현역 연장을 희망한 만큼 더 이상 논란이 될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트레이드설에도 불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몇몇 팀들은 SK에서 출전 시간이 불투명한 박경완의 영입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민 단장은 “박경완은 우리 선수다.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결국 SK는 15일 박경완을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하며 논란의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박재홍에 대해서는 굳이 잡기보다는 풀어주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은퇴를 먼저 제안했다는 것은 전력 구상에 박재홍이 빠졌음을 의미한다. 만약 박재홍이 끝내 SK의 코치 연수 제의를 거부할 경우 보류선수 명단에도 올리지 않을 계획이다. 이 경우 박재홍은 자유롭게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다. 선수에 대한 구단의 마지막 배려다.
이러한 차이에는 SK의 다음 시즌 구상이 중심에 자리한다. 박경완은 포수 자원이 풍부한 SK에서도 아직 쓰임새가 많은 선수다. 정상호 이재원 등 후배들이 박경완을 보는 자체만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박재홍은 외야에서 자리가 마땅치 않다. 박재상 김강민 조동화 임훈이 버티고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진기 등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박재홍의 입지는 좁을 수밖에 없다.
박재홍의 거취는 아직 변수가 남아 있다. 박재홍은 SK를 떠나 “다른 팀을 알아보겠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시장 상황을 살펴봐도 자리가 마땅치 않을 경우는 SK가 제안한 코치 연수를 받아들일 수 있다. SK로서도 가장 모양새가 좋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박경완은 현역, 박재홍은 은퇴라는 엇갈린 행보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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