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은 16일부터 '커피계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리는 세계적인 커피 전문가 가와시마 요시아키 씨의 커피 칼럼을 연재합니다. 맛 좋고 품질 좋은 커피를 찾아 세계 곳곳을 누빈 그가 현장에서 터득한 커피에 얽힌 재미 있는 이야기들을 이 코너를 통해 풀어낼 예정입니다. 커피를 즐기는 애호가들과 커피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정서적·지적 욕구를 채워줄 유익한 정보들이 일요일 오후, 따사라운 창가의 기운 좋은 햇살처럼 독자들의 마음을 파고 들 것입니다. [편집자주]
블루마운틴은 커피 애호가들로부터 '커피의 왕'으로 떠받들어지며 사랑받고 있지만 소비국에서의 잘못된 정보가 일반화 돼 그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블루마운틴만 골라서 마셨던 마니아들도 요즘은 다른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아졌다. 당연한 일이다. 품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1988년 9월 자메이카를 습격한 허리케인 길버트는 섬을 동서로 휩쓸며 모든 것을 날려 버렸다. 물론 블루마운틴의 원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당시 블루마운틴 원두의 총 생산량 중 95% 이상은 일본 수출용이었다. 일본이 최대의 소비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허리케인은 일본 커피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새로 나무를 심어서 열매가 열리기까지의 3년동안 블루마운틴 원두의 쟁탈전이 일어났다. 자메이카 정부의 제안이 있기는 했지만 하루빨리 복구할 수 있도록 일본 블루마운틴 수입협회가 많은 금액의 부흥자금도 빌려줬다.
1992년 수출이 재개되었는데 더 많은 원두를 수출하고 싶은 자메이카쪽은 블루마운틴 커피의 수출품질규격을 바꿔버렸다. 자메이카 쪽이 제안한 부흥자금의 반제를 현금이 아니라 커피원두로 받는 것을 일본 쪽이 승인한 것도 품질저하를 가속화하는 결과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한 알이라도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수입하고 싶은 일본 업계는 품질저하를 묵인했다.
블루마운틴의 몰락은 인간의 이기심이 빚어낸 필연적인 결과물인 것이다.
★블루마운틴이란?
카리브해에 위치한 자메이카는 동서로 뻗은 가늘고 긴 섬이다. 섬에서 가장 좁은 동부에 블루마운틴 산맥이 있고 그 지역의 해발 300미터 이상에서 재배되는 커피만이 자메이카 정부 커피산업공사(Jamaica Coffee Industry Board)에 의해 블루마운틴 커피로 인정된다.
커피의 품질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낮과 밤의 온도차인데 지형상 안개가 발생하기 쉬운 이 지역은 낮 동안에도 '블루마운틴 미스트'라고 불리는 안개 때문에 햇빛이 가려지고 냉기가 서린 안개가 내려온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가 몇 시간 후 안개가 사라지면 또 다시 카리브의 뜨거운 햇빛을 맞아 온도가 급상승한다.

하루에 2번이나 급격한 온도차를 맞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최상급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는 최고의 자연조건이다. 단 1,500미터 이상이 되면 너무 추워서 재배에 적합하지 않다.
소비국에서는 해발 800~1,200미터가 블루마운틴 재배지역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일각에서는 1,500미터 이상에서 재배되는 것이 블루마운틴이고 산의 중턱에서 재배되면 하이마운틴, 저지대는 프라임워쉬드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전부 다 거짓말이다. 예전에는 섬의 중부와 서부에 하이마운틴커피 재배지역이 있었고 그 이외의 장소에서 생산 된 커피를 'Prime washed'라고 불렀다. 그러나 현재는 하이마운틴지구는 소멸하고 블루마운틴지구 이외에서 수확된 커피 중 품질이 좋은 것을 선발하여 하이마운틴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블루마운틴이라고 해도 산맥의 남쪽과 북쪽 경사면은 기후도 토양도 전혀 다르다. 당연히 커피의 특징도 달라지는데 소비되는 지역에서는 블루마운틴이라는 큰 지역명으로만 판매된다. 그러나 실은 블루마운틴을 수출할 때에 사용하는 나무통에 원두가 어느 정선공장에서 출하 되었는 지 명확하게 기재 돼 있다.
교통편이 안 좋았던 시절 농가들은 수확한 원두를 가까운 정선공장이나 협동조합에서 출하하고 있었다. 덕분에 공장마다 그 지역의 특색이 있는 커피가 출하 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유명한 'Wallenford'와 'Mavis Bank', 지금은 없어졌지만 'Moy Hall'과 'PCSH'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정선공장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트럭이 산맥 안을 들어갈 수 있게 되면서 원하는 농가의 원두를 더 많이 사려고 서로 경쟁하기 때문에 공장의 지역적인 특색은 약해지고 있다. /가와시마 요시아키

◆필자인 가와시마 요시아키는 세계적인 커피 전문가다. 일본 뿐만 아니라 커피에 조예가 깊은 많은 나라의 사람들은 그를 '환상의 커피 헌터' '커피계의 인디애나 존스'라는 존경어린 존칭을 붙여 부른다. 어떤 때는 중미의 밀림을, 아프리카의 고원을, 아랍의 황야를, 그리고 또 어떤 때는 대양에 떠 있는 섬들을, 깊은 정열에 자극을 받아 뛰어 다니던 그의 모습은 확실히 인디애나 존스를 연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