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롯데 자이언츠는 집토끼 두 마리를 모두 놓쳤다.
롯데는 원 소속구단 FA 우선협상기간 마지막 날인 16일까지 홍성흔(36)-김주찬(31)과 계약을 맺는 데 실패했다. 롯데는 홍성흔에게 3년 25억원(보장 22억원, 옵션 3억원)을 제시했고 홍성흔은 4년 34억 보장액을 요구했다. 금액 보다는 계약기간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반면 김주찬은 금액에서 엇갈렸다. 롯데는 김주찬에게 계약기간 4년 44억원(보장 40억원, 옵션 4억원)을 제시했지만 김주찬은 계약기간 4년 48억원(보장 40억원, 옵션 8억원)을 고수했다.
홍성흔은 역대 FA 가운데 최고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2009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올해까지 4년동안 타율 3할3푼 59홈런 321타점을 기록했다. 한 해에 평균 15개의 홈런을 기록했고 80타점을 올려 중심타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홍성흔 측은 충분히 활약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4년 계약을 고수했고 롯데는 홍성흔의 나이를 감안, 3년안을 제시했다.

또한 김주찬은 리그 최고의 톱 타자로 꼽힌다. 매년 3할을 기대 할 만한 타격에 빠른 발을 갖췄다. 김주찬의 통산 도루는 306개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넥센과 계약한 이택근(4년 50억원)을 기준으로 롯데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은 김주찬은 롯데와 조금씩 간격을 좁혀 갔지만 결국 마지막 날 의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아직 두 선수의 타팀 이적이 확정된 건 아니다. 홍성흔과 김주찬은 17일부터 23일까지 롯데를 제외한 나머지 8개 구단과 협상이 가능하다. 이후 24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는 원 소속팀을 포함, 9개 구단과 모두 협상을 할 수 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홍성흔과 김주찬이 계약을 맺을 구단을 찾지 못하면 다시 롯데와 협상 테이블을 차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번 FA 시장은 대어급 선수들이 팀 잔류를 선택한 가운데 김주찬은 최대어로 꼽힌다. 빠른 발을 갖춘 우타자 외야수는 리그에서 드물기에 이미 복수의 구단은 김주찬 영입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홍성흔은 뛰어난 기량에 더그아웃 리더로서 자질까지 갖춰 마찬가지로 영입의사를 타진하는 구단이 있다.
문제는 내년 시즌 롯데의 타선이다. 팀 내 핵심타자 2명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타순 약화가 눈앞에 닥쳤다. 이미 올해 이대호가 일본으로 건너간 뒤 타격 약화를 경험했던 롯데다. 여기에서 톱 타자와 4번 타자가 한 번에 유출되면 득점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하다.
때문에 롯데 선수들은 홍성흔과 김주찬의 FA 협상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타자들의 타격에 따라 승리가 좌우되는 투수에게서 그러한 분위기는 더욱 확실하게 감지됐다. 한 선수는 "둘을 못 잡으면 점수는 누가 내나"라고 걱정을 드러냈고 다른 선수는 "유먼 지키고 용병 한 명은 무조건 타자로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동조했다.
올해 롯데는 이대호와 장원준이 빠지면서 큰 전력손실을 입었다. 지금 분위기대로 간다면 여기에 홍성흔, 김주찬까지 빠질 위기다. 타선 보강을 할 만한 자원도 마땅치 않다. 이제 막 지휘봉을 잡은 김시진 감독은 큰 과제와 함께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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