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 제도 도입 이래 그들은 집토끼를 잡아두거나 타 팀에 넘겨주는 경우가 다수였다. 엄밀히 따지면 타 팀에서 FA 선수를 잡은 경우는 없었다. 그 팀이 이제는 FA 시장 진입을 노린다. FA 바다를 바라보는 입장이던 두산 베어스가 셀러가 아닌 바이어가 될 것인가.
지난 16일 부로 각 구단 FA 선수들의 우선 협상 기간이 종료되고 17일부터 타 팀과의 자유로운 교섭이 가능해졌다. 야수 최대어로 꼽히는 김주찬(31, 롯데 자이언츠)을 비롯해 투수 최대어 정현욱(34, 삼성 라이온즈)과 베테랑 타자인 이호준(36, SK 와이번스), 홍성흔(35, 롯데 자이언츠),내야수 이현곤(33, KIA 타이거즈)이 현재시장에 나온 FA 선수들이다.
이 가운데 사 들이는 입장이 아닌 떠나 보내는 입장이던 두산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1999년 FA 제도 도입 이래 두산이 FA 선수를 잡은 예는 일본에서 2시즌 후 돌아온 좌완 이혜천(33) 뿐이다. 그나마도 두산에서11시즌을 뛴 뒤 일본으로 진출한 선수라 엄밀히 따지면 복귀 선수를 데려온 것이다. FA 시장에서두산은 바이어가 아닌 셀러였고 보상선수를 고르는 입장이었다.

FA 선수 중 두산으로의 발걸음이 가장 유력한 선수는 바로 홍성흔. 1999년 데뷔 이래 2008년까지 두산의 스타 플레이어이자 주전 포수로 자리매김했던 홍성흔은 팀 분위기를 띄우고 안 좋을 때는 동료들에게 따끔한 일침도 하던 분위기메이커였다. 김진욱 감독은 바로 그 점에서 올 시즌 중 홍성흔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바 있다.
“주장을 역임한 임재철과 이종욱은 모두 심성도 좋고 야구도 성실하게 하는 좋은 선수들이다. 그러나 심성이 모진 선수들은 아니라 쓴 소리를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야수진 내에서 선수들이 고쳐야 할 부분을 서슴지 않고 짚어줄 구심점이 반드시필요하다”.
실제로 홍성흔의 유무에 따른 두산 팀 분위기에는 변화가 있었다. 야수진에 크고 작은 부상이 많다 보니 선수들의 플레이에도 위축되는 모습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아픈 선수들이 많아 특유의 ‘허슬 이미지’도 퇴색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입장이다. 다만 첫 번째 FA 이후 대부분을 지명타자로 출장한 홍성흔의 수비공헌도 기대치가 낮은 편이라 기존 선수들과 중첩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불안요소로 꼽을 수 있다.
베테랑이자 분위기메이커이기도 한 이호준도 있으나 포지션 중첩 면에서는 홍성흔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김주찬의 포지션인 외야진도 기존 멤버 외에도 경찰청 제대 선수들(오현근, 민병헌, 박건우)이 있는 만큼 필요성은 떨어진다. 내야수 이현곤도 마찬가지. 올 시즌 개막 전 투수진을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두산임을 감안하면 정현욱이 필요할 수도 있으나 두산도 이재우, 정재훈 등 경험 많은 릴리프 요원을 보유한 팀이다. FA 면면을 지켜봤을 때 사실상 두산이 다가갈 만한 창구는 홍성흔이 거의 유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변수는 FA 선수에게 다가가는 두산 구단의 태도와 신속성. 꼭 1년 전 두산은 이택근(넥센, 당시 LG), 이승호(NC, 당시 SK)에대한 관심을 넌지시 비추기도 했으나 정작 오퍼도 없었다는 것이 선수 측의 이야기였다. 롯데로 종착지를 정했던 이승호의 경우 두산에서 재차 필요성을 절감했던 바 있으나 이승호 측은 “정작 두산에서 온 연락은 단 한 번도 없었다”라고 밝혔다. 2008시즌 후에도 두산은 홍성흔에 대해 ‘타 구단 협상 기간이 끝나면 돌아오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11월 27일 오후 5시경 홍성흔의 롯데 이적 소식을 접하고 공황 상태에 빠졌던 바 있다.
단순한 전력 강화 뿐만이 아닌 구심점 노릇을 해줄 선수도 찾고 있는 두산. 잔류시키거나 보내는 데 익숙했던 두산은 2012년 FA 바다에 첨벙 뛰어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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