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못 했던 것을 만회해야 한다".
한화 좌완 투수 마일영(31)이 FA 재계약에 성공했다. 마일영은 FA 우선 협상 마감시한이었던 지난 16일 원소속팀 한화와 3년간 총액 8억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지난 2000년 현대에서 데뷔한 이후 프로 13년 만에 결실을 이룬 의미있는 FA 계약이었다.
최근 몇 년간 성적이 좋지 못해 FA 선언을 할 때에도 고민이 많았던 마일영은 신생팀 NC과 투수 기근이 맞물려 시장에서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우선 협상 마지막 날 한화와 마지막 협상을 통해 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자세한 계약조건은 상호 합의하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마일영이 잔류하게 된 데에는 그도안 진 마음의 짐이 결정적이었다.

마일영은 "고향이 대전이지만 그동안 제대로 잘 하지 못했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기대한 구단과 팬들에게 갚아야 할게 있다. 그동안 못했던 것까지 앞으로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고 출신이지만 2000년 2차 1번 전체 1순위로 쌍방울에 지명돼 현대서 프로 데뷔한 마일영은 2010년 시범경기 때 마정길과의 맞트레이드로 고향팀 유니폼을 입었다.
트레이드 당시 한화가 넥센에 현금 3억원을 얹어줄 정도로 마일영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2008년 선발로 11승을 거두는 등 두 자릿수 승수를 기대할 수 있는 좌완 선발감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이적 첫 해 시즌을 허리 수술을 받는 등 부상과 그 후유증으로 기대 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3년간 153경기 5승11패3세이브24홀드 평균자책점.6.02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고향팬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자책감과 함께 한화 구단에서 만족스런 대우를 하자 주저없이 도장을 찍었다. 마일영은 "그동안 FA 계약 때문에 잠도 못자고 힘들었다. 계약을 하게 된 만큼 속이 후련하다"며 "구단에서 좋은 대우를 해주신 만큼 의욕과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계약 잘 했다'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화는 에이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고 양훈이 경찰청에 입대했다. 여기에 박찬호의 현역 연장 여부도 불투명하다. 선발 자리가 순식간에 3군데가 비었다. 선발 경험이 풍부한 마일영의 존재는 무주공산이 된 한화 마운드의 새로운 카드가 될 수 있다. 마일영도 "선발을 하고 싶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어느 자리든 내 것으로 만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당당히 FA 계약을 이뤄냈지만 마일영은 기쁨과 얼떨떨함 만큼이나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3년간 실망으로 바뀐 기대치를 채우는 건 이제부터 시작이다. 협상기간 중에도 대전구장에서 훈련을 빠지지 않은 마일영이 FA 계약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약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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