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우가 제일 잘 돌려".
한화의 서산 지옥훈련. 최고 모범생은 놀랍게도 최고참 외야수 강동우(38)다. 김응룡 감독은 "강동우가 그래도 제일 방망이를 잘 돌린다. 나이 먹은 선수 중에서는 혼자 서산까지 왔다. 자기 자신이 (생존경쟁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한 수석코치도 "강동우가 고참답게 훈련에서 솔선수범을 해주고 있다. 제일 열심히 한다. 배트 돌리는 것도 가장 좋다"며 흐뭇해 했다.
1974년생 강동우는 팀 내에서 박찬호 다음으로 최고참이다. 박찬호가 은퇴 여부를 미루고 있는 지금 팀 내 최고령이다. 주전급 베테랑들은 보통 마무리훈련에서 빠지기 마련. 한화에서도 박정진·신경현·장성호·김태균·이대수 등이 서산 마무리훈련 명단에 빠져있다. 부상 재활 등으로 빠졌지만, 강동우는 최상의 몸 상태로 선수단 맏형답게 마무리훈련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강동우는 "새로운 감독·코치님들이 오셨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다"며 "삼성에서 4년간 김응룡 감독님과 함께 한 경험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으시다. 나이 드셨다고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스스로 잘 보여야 한다는걸 알고 있다. 아침 6시부터 일어나 8시부터 맹훈련에 들어간다. 단체훈련을 마치면 저녁 먹은 뒤 밤 9시 넘어서까지 주차장에서 배트를 돌리며 늦가을을 달구고 있다.
강동우는 "솔직히 훈련량이 많아졌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다. 마무리훈련은 그냥 하는 게 아니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며 각자 하나씩 뭔가 얻어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 여기 있는 선수들 모두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부터 시작해서 우리 선수들 모두 말은 하지 않아도 서로 경쟁을 느끼고 있다. 고정된 자리가 많지 않다. 그 자리를 치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절대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부동의 1번타자로 맹활약한 강동우는 그러나 올해 76경기에 타율 2할5푼3리 2홈런 22타점에 그쳤다. 시즌 중반 컨디션 난조 이후 페이스를 잃어버렸고,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과 새로운 코칭스태프의 등장은 강동우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됐다. 그는 "자칫 나태해질 수도 있었는데 새로운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오시면서 다시 마음을 바꿨다. 그 분들께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노력 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강동우는 "후배들이 알아서 잘한다. 내가 딱히 말할게 없다. 모두 하루 하루를 힘들게 버텨나가고 있다. 묵묵하게 하는 게 제일 좋은 것"이라며 불평불만 없이 훈련을 따라주고 있는 후배들의 자세에도 만족스러워했다. 하지만 최고참이 가장 쌩쌩하게 앞장서 훈련을 소화하고 있으니 후배들도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노총각 중 하나인 강동우는 "올해도 결혼은 넘어갔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인연을 만들어야 하는데 훈련하면서 연애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일단 야구를 통해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야구 아니면 안 된다"는 말로 무한한 야구 열정을 나타냈다. 강동우가 있기에 한화의 서산 지옥훈련은 늦가을을 잊은 듯 뜨거운 숨소리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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