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열음' FA시장, 거품일까? 다른 이유 있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1.17 07: 08

사람의 생각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협상이라는 과정이 있다. 그러나 이번 FA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협상의 묘미를 즐기기에는 생각과 눈높이의 차이가 너무 컸다. 여기저기서 생각의 단일화에 실패했다. 거품이라는 시선과 함께 구단이 선수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일 마지막 날인 16일에도 각 구단과 FA 자격 행사 선수들의 줄다리기는 계속됐다. 그러나 결국 5명이 구단과의 생각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사실상 이적을 염두에 두고 FA를 신청한 이현곤(32)을 제외한 나머지 4명(홍성흔 이호준 정현욱 김주찬)은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각 구단들이 이들에게 제시한 금액은 적은 수준이 아니었다. 롯데는 김주찬(31)에 4년 44억 원(보장 40억 원, 옵션 4억 원)을 제시했고 홍성흔(36)에게는 3년 총액 25억 원이 적힌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그러나 두 선수는 이를 거부했다. 김주찬은 4년 48억 원(보장 40억 원, 옵션 8억 원)을 원했고 홍성흔은 4년 계약에 34억 원에서 뜻을 굽히지 않았다. 롯데는 마지막 날인 16일 저녁까지 총력전을 펼쳤으나 끝내 두 선수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이에 앞서 이호준(36)도 2년 12억 원(계약금 4억 원, 연봉 4억 원)이라는 SK의 제시액을 거부했다. 연봉보다는 계약 기간에서 이견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정현욱(34)도 계약 기간과 연봉에서 모두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하면 네 선수 모두 FA 계약에 관해 소속구단과 적지 않은 온도차를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 구단 관계자들은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했다”라고 하소연이다. 더 이상의 양보는 힘들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수준의 금액을 불렀다. 내심 ‘이 정도면 계약하겠지’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과는 생각의 차이가 났다”라고 아쉬운 기색을 드러냈다. 한편으로는 “FA 시장에 다시 거품이 끼는 것이 아니냐”라며 잔뜩 경계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시선도 있다. 금액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선수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계약에 실패한 이유가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다. 실제 30대 중반을 넘긴 이호준 홍성흔은 장기 계약을 통해 좀 더 안정적으로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원했다. 그러나 위험부담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구단의 생각은 달랐다. 이런 생각 차이로 서로의 심기가 불편해졌고 결국 협상 테이블이 깨지는 중요한 원인이 됐다는 추측이다.
그동안 FA 계약에서도 무조건적으로 돈만 쫓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2008년 겨울 두산에서 롯데로 옮긴 홍성흔은 후일 “두산과 롯데의 금액 차이는 거의 없었다. 다만 롯데가 나를 원하다는 진정성을 느꼈다”라고 했다. 지난해 유니폼을 바꿔 입은 조인성(SK)의 이야기도 거의 동일하다. 이쯤 되면 금액과 동시에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는 다른 카드도 필요해 보인다. 그에 따라 FA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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