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36)과의 계약에 실패한 SK가 사실상 FA 시장에서의 철수를 선택했다. 뛰어 들어봐야 크게 얻을 것이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다.
SK는 팀 내 FA 자격 선수 3명(박경완 이호준 권용관) 중 유일하게 FA를 선언한 4번 타자 이호준과 재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원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 중 두 차례 만났으나 끝내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SK가 제시한 조건은 2년 총액 12억 원(계약금 4억 원, 연봉 4억 원)이었지만 이호준은 묵묵무답이었다. 말 그대로 자유로운 신분이 된 이호준은 이제 타 팀으로의 이적이 점쳐지고 있다.
SK의 분위기는 아쉬움이 진하다. 필요한 선수라고 생각해 구단이 생각하는 최대치를 제시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민경삼 SK 단장은 “팀이 필요로 했던 선수였다. 그래서 구단의 운영과 경영 철학에 따라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면서 “팀을 떠나겠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SK까지 FA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SK는 이호준의 이적, 그리고 모창민의 NC 지명 등으로 야수진이 헐거워졌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무른 SK로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만회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SK는 FA 시장에는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FA 시장에서 SK에 도움이 될 만한 남은 야수는 김주찬(32) 정도다. 그러나 스타일상 이호준의 몫을 직접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게다가 몸값은 계속 치솟고 있다. 김주찬은 롯데의 4년 44억 원 제안을 거부하고 시장에 나왔다. 김주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팀들이 있어 후발주자인 SK로서는 전략을 짜기도 애매하다.
‘실탄’을 아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SK는 내년 시즌 이후 정근우 송은범이 FA 시장에 나온다. 지금 분위기만 놓고 보면 이 둘을 잡기 위해 엄청난 금액이 필요하다. 내후년 나올 최정 등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FA 시장에 나온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일단 집안단속이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SK다. 잘못하면 올해 롯데처럼 전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에 SK는 FA 영입보다는 자체적으로 선수를 육성했던 기존의 방식을 고수한다는 계획이다. 민 단장은 “지난해 FA 2명(조인성 임경완)을 영입한 것을 빼면 우리는 최근 전반적으로 선수단 운영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왔다”라면서 “상황을 볼 때 올해는 외부 수혈보다는 내부에서 대안을 찾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며 FA 시장에서 발을 뺄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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