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삼성, 재계 라이벌 간의 복수혈전이 일어난 것인가.
LG가 17일 타구단 FA 협상 시작일과 동시에 삼성 우투수 정현욱과 4년 최대 28억6천만원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LG는 5년 연속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를 찍은 우완 강속구 투수를 데려오며 마운드를 한층 높였다.
LG와 삼성은 전통적 재계 라이벌로서 프로원년부터 좀처럼 트레이드나 FA 이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두 팀은 오직 그라운드서만 마주했고 협상 테이블을 차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삼성이 김동수를 FA로 영입, 불문율을 깨뜨린 바 있다.

당시 포수난에 시달렸던 삼성은 FA로 풀린 LG 포수 김동수에게 다가갔다. 김동수가 삼성과 FA 계약을 체결하면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고 LG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FA 제도 시행 첫 해 빅딜의 희생양이 된 것에 더해 영원한 라이벌에게 주축선수를 빼앗겼으니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다행히 LG는 조인성이 주전포수로 빠르게 성장하며 김동수의 공백은 최소화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양 팀의 운명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삼성은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LG를 꺾으며 지독한 한국시리즈 악몽을 탈출했다. 이후 삼성은 4번 더 우승을 차지해 명실상부한 최강팀이 됐다. 반대로 LG는 2002년 이후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삼성이 막강 마운드를 앞세워 승승장구한 것에 반해 LG 마운드는 빈약햇다. 결국 양 팀의 투수력 차이가 극명한 성적차로 이어진 것이다.
LG는 정현욱 영입을 통해 13년 만에 삼성에 복수했다. 정현욱은 2008시즌부터 5년 연속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를 찍으며 삼성 철벽 마운드의 핵심이었다. 기량뿐이 아닌 리더십으로 삼성 투수진의 ‘정신적 지주’로 통해왔다. 이제 정현욱은 LG 투수진의 기둥이 되려고 한다.
올 시즌 LG는 지난 10년 중 가장 강한 불펜진을 만들었다. 불펜진 평균자책점 3.69는 8개 구단 네 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2011시즌까지 마무리 부재로 뒷문이 흔들렸던 것을 돌아보면 상당한 성과다. 그러나 선발진 이닝이터 부재로 불펜진이 리그서 가장 많은 497이닝을 소화했다. 그러면서 시즌 후반 필승조 유원상과 이동현이 각각 팔꿈치와 어깨부상으로 이탈했다. LG로선 불펜진 보강이 필요했고 정현욱을 적임자로 낙점해 전력상승에 성공했다.
LG 김기태 감독은 정현욱 영입에 대해 “마운드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불펜진 과부하가 생길 일이 없을 것 같다. 정현욱이 오면서 투수진 전체가 상당히 안정될 것이다”며 마운드 강화를 예상하며 “정현욱은 경험도 많고 굉장히 성실한 친구다. 어린 선수들이 많이 보고 배울 것이다”며 정현욱의 존재가 어린 선수들 성장에도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 전망했다.
2012년 겨울 LG의 정현욱 영입이 1999년 겨울 삼성의 김동수 영입처럼 나비효과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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