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머리 싸움이 시작된다.
김주찬(31)이 18일 KIA와 4년간 총액 5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FA 초대박'을 터뜨렸다. 김주찬과 재계약에 실패한 롯데로서는 충격파가 어느 때보다 크다. 홍성흔마저 FA 시장에 나온 상황에서 롯데의 전력 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 만회의 기회는 있다. 먼저 김주찬의 보상선수를 KIA에서 빼오는 일이다.
김주찬을 영입한 KIA는 20인 보호선수를 제외한 보상선수 1명을 롯데에 내줘야 한다. 김주찬 영입의 기쁨과 함께 보호선수 명단 20인을 추려야 할 고민을 떠안게 됐다. 이미 신생팀 NC의 특별지명에서 조영훈을 떠나보낸 KIA로서는 다시 한 번 신중한 고민을 거듭할 전망이다.

당장 롯데가 보강해야 할 부분은 타선이다. 김주찬 뿐만 아니라 홍성흔도 FA 시장에 나와 이적이 유력하다. 순식간에 테이블세터와 4번타자를 동시에 잃을 위기에 놓였다. 올해 롯데는 이대호가 떠난 공백으로 타선의 힘이 2008~2011년만 못했다. 9월 이후 팀이 와르르 무너진 것도 타선의 집단 슬럼프가 결정타였다.
KIA 역시 올해 팀 타선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팀이다. 하지만 'LCK' 이범호-최희섭-김상현의 클린업 트리오가 부상으로 시즌 내내 정상 가동되지 못한 영향이 컸다. 그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젊은 유망주들이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KIA의 보호선수 고민은 더욱 커졌다. 롯데의 사정을 고려한 보호선수 전략이 필요하다.
일단 KIA에서 확실하게 보호해야 할 선수로는 크게 17명 정도 된다. 투수로는 윤석민·서재응·김진우·한기주·양현종·박지훈·한승혁 7명, 포수로는 김상훈·차일목·한성구 3명, 내야수로는 최희섭·이범호·김선빈·안치홍 4명, 외야수로는 김상현·이용규·나지완 3명이다. 남은 3자리를 놓고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롯데가 노리는 야수로는 내야수 김주형·박기남·홍재호·윤완주·황정립, 외야수 신종길·류재원·이종환·이준호가 보호명단 포함 여부가 불투명한 선수들. 롯데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선수로는 김주형·황정립과 그리고 신종길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김주찬과 비슷한 발 빠른 외야수인 신종길은 올해 보장된 기회에도 성적이 기대에 너무 못 미쳤다.
김주형은 성장세가 더디지만 여전히 거포로서 잠재력이 큰 선수이고, 황정립도 시즌 막판 부드러운 스윙과 선구안으로 타격에서 재능을 보였다. 하지만 당장의 성적 만큼 미래를 생각해야 할 KIA로서도 김주형과 황정립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지명할 만한 야수가 마땅치 않다면 롯데는 역으로 투수를 공략할 수 있다. 박경태·진해수·임준혁·이범석이 명단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김주찬을 KIA에 내줬지만 롯데에도 아직 만회의 기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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