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큰 암초를 만났다. 김시진 신임 감독 체제로 야심차게 2013년을 출발하려던 롯데가 FA 최대어 김주찬(32)의 이적에 할 말을 잃었다. 다음 시즌 구상에 여념이 없는 김시진 감독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2012년 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은 김주찬은 롯데와의 우선협상기간 중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롯데는 우선협상기간 마지막 날인 16일 김주찬에 4년 총액 44억 원(보장 40억 원, 옵션 4억 원)을 제시했으나 김주찬은 총액 48억 원(보장 40억 원, 옵션 8억 원)으로 팽팽히 맞선 끝에 협상 테이블이 깨졌다. 나름대로 거액을 제시했다고 생각한 롯데는 망연자실했다.
올 FA 시장에서 김주찬이 가진 희소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적의 신호탄이었다.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김주찬은 하루 뒤인 17일 KIA와 협상을 벌였고 결국 4년 총액 50억 원에 계약했다. 총액 기준 역대 FA 몸값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거액이었다. 김주찬 홍성흔 등 FA 선수들을 모두 잡겠다던 롯데의 꿈은 그대로 산산조각났다.

당장 롯데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김주찬은 팀 붙박이 외야수이자 상위타선의 주축이었다. 올 시즌도 118경기에 나가 타율 2할9푼4리, 128안타 32도루로 활약했다. 타율은 손아섭에 이어 팀 내 2위, 도루는 단연 1위였다. 대체가 불가능한 자원이었다. 이런 김주찬의 이적으로 롯데는 당장 다음 시즌 야수진 구상에 큰 고민을 떠안게 됐다.
롯데는 주전 선수들과 비주전 선수들의 기량 격차가 비교적 큰 팀이었다. 주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비주전 선수들은 좀처럼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다. 특히 외야가 그랬다. 이승화 김문호 황성용 등 몇몇 선수들이 기회를 얻었으나 죄다 기대에 못 미쳤다. 냉정히 말해 한 시즌을 버틸 수 있는 선수로는 도약하지 못했다. 잠재력만 바라보고 기용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이승화의 올 시즌 타율은 2할1푼4리, 김문호는 2할3리, 황성용은 1할7푼2리였다. 벤치에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이인구(7경기) 정보명(18경기) 등 기존 선수들은 아예 출전 기회를 얻기가 힘들었다. 최근 들어 드래프트에서 외야 자원들을 제대로 수혈하지도 못해 새로운 피도 제한적이다. 보상선수 영입과 트레이드에서 방법을 모색해 볼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김주찬급 선수를 데려오기는 어렵다.
상위 타선 구축도 머리가 아파졌다. 김주찬은 1·2번을 모두 소화할 수 있었다. 올 시즌도 1번에서 204타수, 2번에서 221타수를 소화했다. 롯데에는 이런 능력을 갖춘 선수가 마땅치 않다. 이래나 저래나 김주찬의 공백이 커 보인다.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대권의 꿈까지 논했던 롯데호가 삐그덕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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