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자 보증수표 강명구(32, 삼성)는 나갈 때마다 도루, 득점 등 제 역할을 하며, '발'만으로도 연봉값을 거뜬히 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넥센 히어로즈에는 강명구를 닮고 싶어하는 선수가 있다. 지난해 말 경찰청에서 제대한 내야수 유재신(25)은 올 시즌 주로 1군에서 대주자로 뛰며 복귀 첫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 성적은 58경기 85타수 20안타 5도루 14득점. 유재신은 "3년 만에 1군에 복귀했다. 주로 대주자로 있었고 많이 부족했지만, 생각보다 오래 1군에 있었던 점은 만족스럽다. 공수주에서 많이 성장한 것 같다"고 올 시즌을 되돌아봤다.
제대 당시에는 어떻게든 1군에 있자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올 시즌 넥센에 3루 주인이 비었다. 유재신은 김민우(33), 지석훈(28) 등과 3루를 놓고 경쟁했으나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집중력이 부족했다. 주전들이 해왔던 것만큼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했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이번 마무리 캠프에서 누구보다 땀흘리고 있는 유재신의 내년 우선 목표는 스프링캠프 참가와 시범경기 출전이다. 나아가 내년 시즌 붙박이 백업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야구선수로서의 최종 목표는 "팬들에게 주루만으로도 기억되는 선수"라고 밝혔다. 올 시즌 작전주루코치를 맡았던 염경엽(44) 신임 감독도 이번 마무리 캠프에서 그에게 주루와 수비 전문 선수가 될 것을 주문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형을 따라 시작했던 야구. 부모님을 졸라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야구 글러브를 낀 유재신은 고등학교 때까지 수준급의 유격수였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고 절망에 빠진 그는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한두 해가 지날 수록 여유가 생기고 즐겨보자는 생각이 들면서 야구 실력이 늘기 시작했다.
유재신은 이제 주루 능력을 더 높이기 위해 12월 비활동 기간 내내 웨이트로 체력을 다질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2루수와 유격수로 뛰었던 유재신은 3루 수비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 수비 연습에도 매진하고 있다. 유재신은 "매년 조금씩 더 좋은 성적을 내 백업 중에서도 주전 백업이 되고 싶다. 주전이 되는 것은 나중 목표고 일단 올해처럼 1군에 올해 있고 싶다"고 소박해보이지만 절실한 바람을 드러냈다.
지난달 31일부터 일본 가고시마에서 진행되고 있는 넥센 마무리 캠프는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겁다. 유재신은 "감독님이 바뀌셔서 우리를 백지상태에서 보시고 있기 때문에 다들 눈에 띄려는 욕심이 많다. 모두들 열심히 하는 분위기 속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가장 잘하는 선수'에서 프로 입단 후 한순간에 '가장 못하는 선수'가 됐을 때 그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능력 안에서 새로운 목표를 찾아 도전을 이어왔다. 야구에는 삼진과 홈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볼넷이 있고 도루가 있고 보이지 않는 진루타도 있다. 유재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의 한 점을 책임지는 '빠른 발'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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