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욕먹지만 박보영 박수받는 이유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11.18 11: 12

뱀파이어의 사랑을 받는 벨라는 얄미웠지만, 늑대소년의 충성을 받는 소녀 순이는 짜릿하다. 배우 박보영이 귀여운 얼굴과는 사뭇 다른 '조련녀'로서의 위엄(?)을 톡톡히 드러내며 여성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박보영은 지난 달 31일 개봉한 영화 '늑대소년'(조성희 감독)으로 송중기와 함께 열풍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08년 개봉한 영화 '과속스캔들'에 이어 스크린에서 흥행퀸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여주인공 박보영이 '조련녀'로 등장한다는 사실.
'과속스캔들'에서 박보영은 한 때 소녀 팬들의 우상이었고 여전히 잘 나가는 서른 여섯의 라디오 DJ 남현수(차태현) 앞에 나타나 자신이 그가 과속해서 낳은 딸이라고 우기며 집에 들어온 후 아빠를 조련한다.

까칠하면서도 생활력 강한 스물 두 살의 미혼모로 분해 여린 외모 속에 감춰둔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극중 아빠를 특유의 시크함으로 길들이는 박보영으로 인해 과속으로 이뤄진 3대가 진정한 가족이 됐다.
'늑대소년'도 박보영으로서는 이와 연장선상에 있다. 극중 박보영은 늑대소년 철수(송중기)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해 주는 소녀 순이로 조련녀의 정석을 보여준다.
야생의 늑대소년에게 사람의 행동을 배우게 하고, 작정하고 애완교본을 통달하며 그의 충성을 얻는 순이는 여성들에겐 하나의 대리 만족을 제공한다. 영원한 충성을 얻고 설레는 첫사랑의 감정까지도 조련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여주인공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 극중 송중기는 박보영의 아름다운 기타 연주와 노래, 그리고 '쓰담쓰담'을 통해 평생 그녀만을 바라보게 된다. 부드러움과 강함, 사랑스러움과 카리스마의 조화다.
판타지 멜로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할리우드 판타지 멜로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뱀파이어와 늑대소년 사이에서 갈팡질팡 해 여자들에게도 비난받는 어장관리녀라면, '늑대소년'의 박보영은 길들이기 힘든 한 존재를 철저히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조련녀다. 순이만을 바라보는 철수가 구슬프지만, 철수의 세계를 뒤흔드는 순이의 모습은 여성 관객들에게는 하나의 짜릿한 만족이다. 
두 영화 모두 남성 관객들 보다는 10~20대 여성들의 전폭적이 지지를 얻고, 너 나아가 30대 이상 여성들에게도 높은 호응을 얻은 작품임을 상기했을 때, 여성관객들의 반응은 이 판타지 멜로에 상당히 큰 피드백으로 작용한다. '트와일라잇' 같은 경우 벨라가 여성 관객들에게 욕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자체가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얄미운 벨라의 모습까지도 여성 관객들의 투영할 수 있는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한편 '늑대소년'은 18일까지 누적관객수 475만 9258명(영진위)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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