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대로 해야지, 없는 대로…".
한화 김응룡(71) 감독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기대했던 FA 영입이 불발된 까닭이다. 한화는 18일 공식적으로 FA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투타의 최대어로 분류된 정현욱과 김주찬은 각각 LG와 KIA 유니폼을 입었다. 정현욱은 중간투수 역대 최고액인 28억6000만원, 김주찬은 역대 두 번째 고액인 50억원의 초대박을 터뜨렸다.
정현욱과 김주찬은 김응룡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공식적으로 요청한 FA 2명이었다. 한화는 에이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추진을 선언하며 '적극적인 FA 확보를 통해 전력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A 다저스로부터 약 280억원의 입찰액을 확보, FA 시장의 큰 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FA 타구단 협상 개시 이틀 만에 기대한 매물을 모두 놓치고 손을 털었다.

한화 구단에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시장이 너무 과열됐다"고 설명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이번 FA 시장은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자금력에서 뒤질 게 없는 한화이지만, 몸값 대비 효율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한화는 지난해 FA 송신영 영입이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그러나 현장을 이끌어야 하는 감독으로서는 선수 한 명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류현진을 보낼 때 구단에서 FA 영입을 약속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 아쉽다. 여기서 뭘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라며 "뭐 어쩌겠나. 없는 대로 해야지, 없는 대로…"라고 좀처럼 말끝을 잇지 못했다. 최근 4년간 3번이나 최하위를 하고, 올해도 최하위에 그친 한화는 전력 보강이 시급하지만 오히려 전력 누수만 크다.
에이스 류현진뿐만 아니라 양훈도 경찰청에 군입대했고, 박찬호도 현역 연장 여부가 불투명하다. 선발 3자리가 비었다. 여기에 불펜투수 송신영이 NC의 신생팀 특별지명을 받아 팀을 떠났다. 야수진에서 김태완·정현석이 돌아왔지만, 냉정하게 볼 때 내년 전력이 오히려 올해보다 떨어진다. 신임 감독으로 첫 해부터 성적을 내야 하는 김 감독의 부담이 커졌다.
김 감독의 이 같은 어려움은 과거 해태 시절을 연상시킨다. 선동렬과 이종범이 차례로 일본에 진출한 이후 해태의 가세가 급격히 기운 것처럼 현재 한화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은 선수들을 경쟁시키며 내부 강화를 꾀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크다. 신인급이 당장 1군에서 활약하기란 어렵다.
현실적으로 트레이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감독은 "어느 팀이 우리 팀에서 누구를 달라고 하겠나"며 트레이드 카드가 맞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래저래 전력 강화의 길이 쉽지 않은 지금 김 감독의 고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당장 한화가 믿고 기댈 수 있는 건 선수들의 내부 경쟁의식 강화와 김 감독의 위기에서 빛나는 리더십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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