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한 야수들이 많은 팀이다. 상대 팀 입장에서도 감독의 성향 상 투수를 지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확실한 스타 플레이어는 기대하기 힘들어도 향후 주축이 될 만한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김주찬을 KIA에 내주고 홍성흔마저 두산행을 막지 못한 롯데 자이언츠가 두산의 ‘화수분 팜’을 주시하고 있다.
18~19일은 롯데에게 악몽 같은 날이다. 프리에이전트(FA) 제도를 통해 18일 오전 주전 외야수 김주찬을 빼앗긴 롯데는 19일 오후 홍성흔의 4년 만의 두산 복귀 소식까지 접해야 했다. 김시진 신임 감독 체제로 새로운 한 해를 구상하는 롯데 입장에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다. 김주찬은 올 시즌 118경기 2할9푼4리 5홈런 39타점 32도루를 기록하며 선봉 노릇을 했고 홍성흔은 롯데 4년 간 가장 안 좋은 성적을 올렸으나 그 성적표가 113경기 2할9푼2리 15홈런 74타점으로 준수한 편이다.
선봉장과 중심타자를 잃은 롯데. 양승호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낙마에 이어 코칭스태프진도 개각이 이뤄진 가운데 연이은 선수단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15일에는 신생팀 NC에 좌완 계투 이승호를 내주고 10억원을 받았다. 신임 감독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팀을 새롭게 재편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FA에 이은 보상선수 지명이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신진급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줬던 KIA도 KIA지만 두산은 타 팀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칠 만한 야수 유망주가 가장 많은 팀으로 꼽혀왔다. 한때 두산은 주전 선수의 공백을 제대로 메우는 신예 선수들의 잇단 출현에 ‘화수분 야구’라는 수식어로 대표되던 팀이다.
그만큼 두산 입장에서는 선수를 지키기 위해 골몰해야 하는 입장이다. 기존 주전 포수 양의지 외에도 유망주 최재훈의 성장을 확인한 두산은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마무리 훈련을 거치며 기량 성장폭이 컸던 1년차 포수 박세혁에게도 주목하고 있다. 올 시즌 중 두산은 주전 외야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고전하기는 했으나 경찰청에서 세 명(오현근, 민병헌, 박건우)이 제대했고 이 중 민병헌은 시즌 막판 1군 엔트리 등록과 함께 선수 등록이 되었다. 민병헌은 롯데에서도 레이더망에 포착할 만한 외야수다.
가장 롯데가 눈여겨 볼 만한 포지션은 바로 내야. 오재원, 이원석 등 군 문제가 남아있는 20대 중반의 선수들은 타 팀에 가도 부동의 주전이 될 만한 선수들이며 손시헌의 부상 공백을 메웠던 유격수 김재호는 이미 병역을 해결한 데다 안정된 수비력을 갖춘 선수다. 이미 김재호의 경우는 2010시즌 중 롯데와 트레이드 논의 협상 테이블에도 이름을 올렸던 바 있다. 구단 수뇌부에서 미래 4번 타자 감으로 점찍고 있는 오재일도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될 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지난해 말 군에서 제대해 합류한 최주환-허경민의 포함 여부가 관심사다. 올해 사실상 제대로 된 1군 무대 기회를 얻었던 최주환은 81경기 2할7푼1리 2홈런 22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발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갖춘 선수다. 포스트 손시헌으로 일찌감치 지목되었던 허경민은 올 시즌 92경기 2할6푼6리 14타점 9도루를 기록했다. 시행착오도 있었으나 시즌 초반 안정된 수비와 재치로 신인왕 후보로도 거론되었던 바 있다.
유망주를 지키려다 정작 주축 선수를 제외하는 것은 더 큰 우를 범하는 일. 주전 유격수 손시헌과 중견수 이종욱은 다음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취득하지만 어쨌든 당장 팀에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들이다. 그동안 두산은 내수에 신경을 쓰며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에게도 크나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갑작스레 ‘FA도 잡을 수 있다’라는 전략으로 선회하며 이제는 공 들였던 유망주를 유출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반대로 생각하면 롯데에는 팀 컬러 변혁의 파도를 인지하고 새로운 ‘김시진호’를 제대로 출범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다. 김주찬, 홍성흔과의 이별로 내상이 꽤 큰 롯데. 그 가운데 롯데의 시선은 두산의 화수분 입구를 향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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