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신치용의 한 수, ‘외국인들 긴장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1.18 17: 02

이쯤 되면 삼성화재와 상대하는 외국인 선수들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외국인 잡는 신치용(57) 삼성화재의 용병술이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다.
삼성화재는 1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올 시즌 첫 라이벌전에서 3-1로 역전승했다. 33점을 올린 주포 레오, 그리고 공격에서 힘을 낸 중앙 공격수들의 절묘한 호흡이 맞아 떨어지며 시즌 전승을 이어갔다. 그러나 고준용이라는 숨은 공신이 없었다면 삼성화재의 승리도 결코 쉽지 않았다.
삼성화재는 1세트를 내줬다. 24-21까지 앞서 가다 연속 3점을 허용했고 듀스 접전 끝에 패했다. 분위기가 처질 수밖에 없었다. 2세트도 팽팽했다. 20-20까지 맞섰다. 여기서 영웅이 등장했다. 22-21 상황에서 투입된 레프트 고준용이었다. 석진욱을 대신해 코트에 들어선 고준용은 상대 라이트이자 주포인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의 공격 2개를 막아내며 세트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2세트를 가져온 삼성화재는 결국 남은 두 세트를 내리 이기며 역전승을 거뒀다. 신치용 감독은 “2세트에서 고준용이 블로킹 2개를 해준 것이 전체 경기 흐름을 바꿔 놨다”고 칭찬했다. 이날 수훈선수로 지목된 박철우도 “(고)준용이가 중요할 때 블로킹을 해줬다”라고 공을 돌렸다.
공교롭게도 삼성화재는 바로 직전 경기였던 13일 대한항공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다. 5세트 7-10으로 뒤진 상황에서 김정훈을 투입했다. 상대 외국인 공격수 마틴을 막기 위해서였다. 김정훈은 기대에 부응했다. 마틴의 공격을 2개나 막아내며 팀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신 감독의 적절한 용병술이 어려운 경기를 뒤집어놓은 셈이 됐다.
신 감독도 “교체로 들어간 선수가 자기 몫을 하면 감독의 기분이 좋은 것은 둘째치더라도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다”라고 흐뭇해했다. 그렇다면 연달아 적중한 신 감독의 용병술 비결은 무엇일까. 신 감독은 “석진욱보다는 김정훈 고준용의 블로킹 높이가 높다. 결국 확률적인 문제다. ‘지금 흐름에서는 저기 밖에 올라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면 선수더러 그 타이밍에서 움직이지 말고 지키라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세터가 보통 강심장이 아니면 외국인 선수에게 공이 올라가게 되어 있다”라고 말한 신 감독은 “경기 흐름을 보고 판단한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말은 쉽지만 그 흐름을 잡지 못해 고전하는 지도자들도 많다. 프로리그 최고의 감독인 신 감독의 풍부한 경험과 냉정한 눈이 삼성화재의 무패 행진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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