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의 behind]빈 손 한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1.19 06: 30

'개그콘서트'에서 왕어르신으로 나오는 개그맨 김대희의 유행어인 ‘소고기 사 묵겠지’는 사실 전제가 있습니다. 호재가 있을 때 반드시 ‘기분이 좋아져야’ 소고기를 사 먹습니다. 그런데 지금 김응룡 한화 이글스 감독의 기분은 어떨까요. 에이스 류현진의 포스팅을 통해 LA 다저스로부터 받게 될 돈이 무려 2573만7737달러33센트. 우리 돈으로 약 279억8978만원에 달하지만 이 돈을 프리에이전트(FA) 수혈에 쓰지 못했습니다.
원 소속구단과의 재계약 합의를 이루지 못한 FA 5명 중 4명이 타 팀으로 공식 이적했고 남은 한 명 홍성흔(원 롯데)도 데뷔팀 두산으로의 계약이 유력한 가운데 한화는 그 누구도 데려오지 못하는 비운의 팀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4년 간 세 번의 최하위를 기록했던 한화는 오히려 신생팀 NC에 1년 전 FA 시장에서 데려왔던 우완 계투 송신영을 내주며 10억원을 받았을 뿐입니다.
이번 FA 시장 개막을 앞두고 김 감독은 구단에 최소 두 명 정도는 잡아주길 부탁했습니다. 그 두 명은 바로 삼성에서 FA 자격을 취득한 우완 계투 정현욱(LG)과 롯데 톱타자 김주찬(KIA)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우선 협상 기간이 끝나자마자 다른 팀과 계약을 맺으며 김 감독의 속을 쓰리게 했고요. 결국 한화는 FA 시장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돕고 어마어마한 포스팅 금액을 받게 된 한화지만 현재로서 남은 선수 외부 수혈의 가능성은 트레이드 뿐입니다. 확실하게 총알을 준비해 놓았던 한화는 왜 FA 시장에서 ‘구인 광고’ 벽보를 가슴 아프게 뜯어내야 했을까요.
이유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허약했던 선수 제반 환경을 들 수 있겠습니다. 사실 김 감독과 한화가 가장 탐을 냈던 정현욱의 경우는 한화에서 마무리까지 병행할 수도 있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올 시즌 한화는 데니 바티스타가 선발로 돌아 선 후 시즌 중반부터 유망주 안승민이 16세이브를 올리며 맹활약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풀타임 시즌 마무리로는 검증되었다고 보기 힘듭니다.
반면 새로 둥지를 튼 LG는 봉중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미 선발로 풍부한 경험을 갖췄던 봉중근은 올 시즌 1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에 블론세이브는 단 한 번 뿐으로 안정적인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지키는 야구’ 삼성 투수진의 한 축을 맡았습니다만 정현욱은 뒷문지기로서 부담 대신 좀 더 익숙한 보직인 셋업맨으로 풀타임을 뛸 가능성이 좀 더 큰 LG를 선택했네요. 그리고 FA 최대어가 된 김주찬은 올 시즌 8위 한화 대신 5위 KIA 유니폼을 선택합니다.
선수층에서 아직은 한화가 다른 팀에 상대적 우위를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류현진은 물론이고 우완 선발로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던 양훈도 경찰청 입대합니다. 당장 에이스로 믿어야 할 선수가 재계약을 결정지은 외국인 우완 바티스타와 아직은 미완의 대기인 우완 김혁민입니다. 거액은 쥐게 되었습니다만 누수는 큰 데 인적 자원으로 이를 메우지 못한 한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화는 손에 쥐고 있는 ‘류현진의 선물’인 현금을 어떻게 써야할까요.
팬들이 좀 더 윤택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이 돈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리고 현재 선수단에 남아있는 기존 선수들의 의욕 고취에도 이 금액을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김 감독은 재정적으로 부족한 팀이던 해태를 강한 카리스마로 이끌며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을 견인했으나 그 때와 지금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다릅니다. 아무런 당근책 없이 무조건 투지만을 촉구한다고 선수들이 따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합당한 동기부여책은 물론이고 유망주들이 성장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제반 시설을 더 확충하는 데도 쓸 수 있다고 봅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내년, 그리고 내후년에는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통해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았던 강민호(롯데), 정근우, 최정(이상 SK), 장원삼(삼성) 등 보다 더 젊은 양질의 FA 선수들이 시장으로 나오게 됩니다. 팬들을 위해 쓰고 기존 선수들의 동기 부여는 물론 여분의 돈으로 FA 시장에 제대로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충분합니다. 1년이 지날 테니 복리 이자도 꽤 붙겠지요.
2006년 말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를 포스팅 시스템으로 보내며 5111만 1111달러 11센트를 받았던 일본 퍼시픽리그팀 세이부 라이온스. 그들은 이 돈을 먼저 팬들을 위한 투자와 선수들이 보다 편하게 뛸 수 있는 환경 구축에 사용한 뒤 이듬해 FA 시장에서 베테랑 좌완 이시이 가즈히사를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2008년 세이부는 일본시리즈 우승을 거뒀고 ‘마쓰자카 포스팅’의 남은 돈으로 데려온 이시이는 11승을 올리며 세이부의 우승에 공헌했습니다.
당장 돈을 쓰지 못했다고 억울해할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장기적인 투자와 선수단의 담금질을 위한 당근, 그리고 더 큰 시장으로의 투자에 사용한다면 류현진이 남기고 간 선물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자, 한화는 이제 그 돈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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