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뒤로 하고 파란을 꿈꾼다.
강타자 이호준(36)이 FA 이적을 통해 정든 SK를 떠나 NC에 새둥지를 틀었다. 이호준은 FA 타구단 협상 첫 날이었던 지난 17일 NC와 3년간 총액 20억원에 계약 체결했다. NC 구단 창단 첫 FA 영입 선수가 이호준이다.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NC 배석현 단장은 "이호준은 SK에서 창단 멤버로 시작한 경험이 있다. 그 당시 후배로서 선배들의 가르침을 받았고, 신생팀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 점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1994년 해태에서 데뷔한 이호준은 2000년 6월1일 신생팀 SK로 트레이드됐다. 신생팀 SK의 전력 강화 차원. 이후 이호준은 무려 12년을 SK에서 활약했다. 2003~2004년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 시즌으로 전성기를 보냈고, 2007년 첫 우승부터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떼묻지 않은 신생팀으로 출발해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명문팀이 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그만큼 정든 SK를 떠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호준은 "좋은 선수들과 즐겁게 야구했다. 우승도 많이 하고, 해볼 것은 다 해봤기 때문에 이제는 좋은 추억으로 남기려 한다. 함께 한 선수들을 떠올리면 눈물이 날 정도다. 이만수 감독님과도 전화통화했는데 많이 아쉬워하셨다"며 "아쉬움도 크지만 NC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적응하다 보면 잊혀질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NC의 적극적인 구애에 도장을 찍은 이호준은 "매력있는 팀이다. 12년 SK에서 창단 멤버였고, 그 당시 신생팀을 보며 배운 게 많이 있다. 구단에서 나를 필요로 했고 나도 같이 하고 싶었다"며 "신생팀이 기대이상 성적을 내면 더욱 재미있지 않겠나. 나도 그런 파란을 꿈꾼다. 하나의 도전이고 그 도전에서 내가 보탬이 되고 중심이 되고 싶은 마음에 선수로서 더 크게 끌렸다"고 털어놓았다.
팀 내 최고참이 된 이호준의 클럽하우스 리더십에도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18일 이적 후 처음 창원으로 내려가 김경문 감독을 만난 이호준은 "감독님께서도 고참으로서 어린 선수들과 융화를 강조했다. 명문구단으로 갈 수 있게 잘 이끌어보고 싶다"며 "투수 최고참 (송)신영이과도 많은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우리 베테랑들이 아는게 많겠지만 NC에서도 분명 좋은 게 있을 것이다. 좋은 부분은 잘 살리고 고쳐가며 이끌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크게 기대하는건 역시 그의 방망이다. 올해 SK에서 127경기 타율 3할 128안타 18홈런 78타점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출루율 6위(0.407) 장타율 8위(0.488)로 OPS 전체 7위(0.895)에 오를 정도로 순도 높은 활약. 이호준은 "올해 내 것을 찾았다. 예전 한창 좋을 때 폼이 나왔다. 지난 3~4년간 못했던 것을 찾으며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 이 나이에 기술을 얼마나 터득하고 바꾸겠나. 결국은 자신감 회복이 제일 크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이 자신감을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 이호준은 "자신감은 연습을 해야만 생기는 것이다. 지금 찾은 것을 캠프에서 잘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창원 마산구장을 찾은 이호준은 "중앙 펜스가 조금 짧은 것 같더라. 좋은 야구장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웃었다. 창원 마산구장은 중앙 116m, 좌우 97m, 좌우중간 110m로 짧은 편이다. 초대 4번타자 이호준의 거포 본능이 발휘할 최적의 구장. 그의 방망이에서 내년 시즌 NC의 일대 파란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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