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패배인가, 합리적인 결정인가.
FA 시장의 큰 손으로 기대를 모은 한화가 결국 빈 손으로 돌아섰다. 김응룡 감독의 영입 요청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명도 건지지 못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하지만 거품이 잔뜩 낀 FA 시장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도 있다. 한화의 FA 영입 실패를 바라보는 시선도 이처럼 두 가지로 갈리고 있다.
▲ FA 시장 과열, 합리적인 결정

한화 구단에서는 FA 시장 철수를 선언하며 "시장이 너무 과열됐다. 몸값 대비 효율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화가 노렸던 2명의 FA 정현욱과 김주찬의 몸값은 예상 밖이었다. 정현욱은 역대 중간투수 최고액인 28억6000만원에 LG와 계약했고, 김주찬도 역대 FA 두 번째 초고액에 해당하는 총액 50억원에 KIA행을 결정했다. 기대이상 FA 대박이었다.
한화가 자금력에서는 뒤질게 없었다. 류현진 포스팅 금액으로 무려 280억원을 확보했고, NC에 특별지명된 송신영의 보상금으로 10억원이 더해졌다. '실탄' 싸움에서는 밀릴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FA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고, 경쟁가가 상상 외로 세게 붙었다. 김주찬의 경우 공식 발표된 금액은 50억원이지만 그 이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화로서는 적정 수준 이상의 몸값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한화는 시장 질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보다 냉정하게 김주찬의 가치와 효율성을 따졌다. 한화는 리드오프 외야수를 필요하지만 김주찬의 경우 50억원을 투자할 만큼 매달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의 주포지션인 좌익수는 거포 최진행의 자리로 중복된다. 중견수와 우익수로는 불안감이 있었다. 공격적인 타격과 빠른 발은 한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매력적인 요소였지만, 그것만 보고 5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정현욱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해 FA 시장 투수중에서는 최대어였지만 거액을 투자하기에는 베테랑 불펜 투수라는 위험 부담이 있었다. 이미 한화는 지난해 FA 불펜투수 송신영 영입이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구단 내에서는 "아쉽지만 냉정하게 가치를 따져본 결과"라고 했다. 아울러 내년 FA 시장에는 각 포지션의 최고선수들이 쏟아진다. 공급이 많기 때문에 초대어급이 아니라면 오히려 시장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다. 물론 올해 추가 확보된 금액이 내년 시즌을 마친 후에도 예산에 운영비로 더해진다는 가정하에서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결정이 될 수 있다.
▲ FA 참패, 한계 드러낸 시스템
그러나 FA 영입 실패로 현장에서는 충격이 크다. 특히 김응룡 감독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 감독은 "구단에서 FA 2명을 잡아준다고 약속했는데 아쉽다"며 씁쓸해 했다. 에이스를 내보내며 FA 시장 투자를 약속받았지만 받아든 게 아무 것도 없다.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현장의 감독으로서는 허무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김 감독은 "힘 내고 말고 할게 있나. 없는대로 어떻게든 꾸려가야지"라며 답답한 속내를 숨기지 못했다.
한화는 FA 영입 실패에 따른 전력 보강의 방법으로 내부 경쟁과 함께 트레이드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응룡 감독은 "어느 팀에서 우리 누구를 달라고 그러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다른 팀에서 필요로 한 한화 선수는 모두 팀의 기둥이 될 선수들이다. 한화가 절대 내줄 수 없는 선수들이 트레이드 협상 때마다 지목되니 제대로 진전이 될리가 없다.
팀 내 중복으로 자리가 없는 선수라면 몰라도 한화는 절대 불가의 선수들이 아니면 상대로부터 매력을 끌만한 선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남아 도는 현금을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의 구단들은 돈보다 선수를 최우선 자산으로 여긴다. 선수를 그냥 내놓을 구단은 없다. FA 영입 실패에 따른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보이는 이유.
또 한편으로는 FA 영입 실패로 한화의 시스템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있다. 한 야구인은 "김응룡 감독이 구단에 많이 실망했다. FA 시장 과열로 영입전에 빠지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구단이 적극적으로 뛰며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있지 않다는 뜻이다. FA처럼 한다면 트레이드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FA 영입 실패 후유증으로 현장과 프런트의 괴리감을 키우는 씨앗이 될지 모른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구단이 정말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면 현장의 이해를 구하는 게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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