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 300홈런 타자들의 3人 3色 생존기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11.19 11: 32

새해가 되면 그들의 프로필 등재 나이는 모두 40세 이상이 된다. 예전이라면 모두 은퇴하고도 남았을 적지 않은 나이.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여전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겨울 대어급 FA선수들의 화려한 동향에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사이, 수면 아래에서 다음 시즌을 위한 조용한 준비에 들어간 3명의 선수. 그들 역시 한때는 굵직한 존재감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끌어 모았던 선수들이지만 지금 그들의 목표는 그저 소박하다. 현역선수로 좀더 그라운드에 남고 싶은 마음, 시간적으로 얼마 남지 않은 선수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리고 그들 3명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가 300홈런 클럽에 가입되어 있는 타자들이라는 점이다. 한국프로야구사에 개인통산 300홈런 이상을 때려낸 타자는 불과 7명이다. 이미 은퇴한 양준혁(삼성, 351홈런), 장종훈(한화, 340홈런), 심정수(삼성, 328홈런) 외에 아직 현역에서 활동중인 삼성의 이승엽(345홈런), SK의 박경완(313홈런)과 박재홍(300홈런), 그리고 넥센의 송지만(309홈런) 등이 그들이다.

이들 중 국내로 복귀한 이후에도 그 진면목를 잃지 않고 소속팀 삼성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MVP까지 거머쥔 이승엽을 제외하면 자연스레 답이 추려진다. 박경완과 박재홍, 송지만이 그들이다.
과거 이들 셋은 팀의 중심타자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이다. 1991년 고졸신분으로 신생팀인 쌍방울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박경완은 현대 소속으로 있던 2000년 당시 40개의 홈런으로 우즈(두산)를, 또한 SK 소속이던 2004년에는 34개의 홈런으로 브룸바(현대)를 각각 1개 차이로 누르고 홈런왕에 올랐던 이력을 갖고 있는 타자다. 여기에 2000년에는 시즌 MVP를 차지하며 생애 최고의 정점에 서기도 했었다.
한편 박재홍은 등장부터가 요란했다. 1996년 대학졸업 후 프로에 데뷔(현대)하던 첫 해에 30홈런 36도루를 기록, 프로 최초의 30-30클럽 개설에 성공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었다. 신인으로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했고 이에 힘입어 박재홍은 그 해 최우수 신인선수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수반된 홈런왕과 타점왕 타이틀은 덤이었다.
이후에도 박재홍은 1998년에 30홈런-43도루, 2000년에는 32홈런-30도루로 한 해 걸러 격년제로 30-30클럽을 들락거렸을 만큼, 그는 가공할 공격력을 무기로 당대 리그를 휘젓고 다닌 선수였다.
이들 둘에 비해 기록상 폭발력은 덜하지만 송지만 역시도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결같은 기량을 유지하며 국내프로야구의 대형타자로 군림해온 선수다.
1996년 대졸신인으로 한화에 입단한 송지만은 현대(2004~2007년)와 넥센(2008년~현재)을 거친 17년 동안 거의 해마다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을 정도로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2012년을 제외한 16년간 송지만은 두 시즌을 제외하곤 해마다 10홈런 이상을 기록해냈는데, 두 자릿수 홈런에 미달했던 2003년과 2011년 그의 홈런 수는 각각 1개씩이 모자란 9개였다.
한편 각 포지션 별로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 수상 경력에 있어서도 이들 세 선수의 발자취는 아주 뚜렷하다. 박경완(1996, 1998, 2000, 2007)과 박재홍 (1996~1998, 2000)은 4차례씩, 송지만은 2차례(2000, 2002)의 수상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3명의 선수 모두 2000년에 동시 수상자로 이름이 올라있다는 점은 꽤나 이채로워 보인다.
이들 세 선수가 개인 기록만 출중한 것은 아니었다. 박재홍과 박경완은  1998년과 2000년에는 현대소속으로, 이어 2007~2008, 2010년에는 SK 소속으로 우승을 동반 경험했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감은 없지 않지만 송진만 역시도 지금까지 한화의 유일한 우승 연도로 남아 있는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주전 우익수로 크게 일조한 경력을 품고 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2012년 겨울, 이들 세 선수의 현역 일기장에는 3인 3색의 이야기가 쓰여지려 하고 있다.
방망이는 무뎌졌지만 빼어난 투수리드 능력과 뛰어난 경기운영 노하우로 고령에도 선수로서의 가치를 팀으로부터 인정받아 당당히 현역선수의 길을 이어가게 된 포수 박경완.
박경완과 마찬가지로 올해 FA자격을 취득했지만 타팀으로의 이적보다 원 소속팀 넥센에 잔류하는 쪽으로 스스로를 낮추어 가닥을 잡은 외야수 송지만. “주어진 2013년은 보너스로 생각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인터뷰 내용은 그의 입지를 그대로 대변해 주고 있다.
반면 박재홍의 앞날은 또 한번 안개 속이다. 1년 전에도 은퇴를 종용 받다가 FA 보상선수 임훈의 일시적 유출과 제2드래프트 때의 최동수 이적으로 인한 상대적 가치 상승으로 우여곡절을 거쳐 선수생활을 연장할 수 있었던 박재홍. 선수신분로서의 그의 처지는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는 또 한번 은퇴와 현역 연장의 갈림길에서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한창 젊은 인생의 황금시기를 야구를 위해 몽땅 투자했던 300홈런 세 노장 선수가 동시에 써내려 가고 있는 2013년 야구생존기가 이런저런 여운을 남기는 요즘이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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