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 복귀’ 두산, 또 다른 과제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1.20 06: 37

라커룸의 리더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맞다. 그러나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만약 팀이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형님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팀 분위기 탈바꿈을 위해 구단도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4년 만에 홍성흔(35)을 복귀시킨 두산 베어스의 과제다.
두산은 지난 19일 롯데에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재취득한 홍성흔을 4년 총액 31억원의 계약으로 복귀시켰다. 4년 보장을 기대하던 홍성흔의 요구 사항을 두산이 수용하면서 이뤄진 FA 계약. 홍성흔은 지난 1999년 두산에서 데뷔했고 2008년까지 팀을 지켰던 선수다.
이 계약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구단은 “파이팅 넘치는 리더십으로 팀 전체 분위기를 이끌고 활력을 불어 넣어 줄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비췄으나 팬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30대 후반을 향해 가는 베테랑 지명타자. 포지션 중첩 우려가 큰 선택으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두산은 왜 홍성흔을 4년 만에 복귀 시켰을까. 정말 두산에 리더가 없던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전임 주장 임재철은 부상으로 재활군에 내려간 이후에도 1군 덕아웃을 찾아 선수단에 주전부리를 주고 가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투수진 맏형 김선우는 자신의 슬럼프에도 후배들과 가감없이 이야기하며 자신의 돌파구를 찾는 것은 물론 투수진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자 노력했다.
임재철의 뒤를 이었던 주장 이종욱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부상을 참으며 2루를 훔치고 홈을 밟아 진정한 리더로서 감동을 선사했다. 주전 유격수 손시헌은 오른손 소지 골절상이 그리 가볍지 않았음에도 연습 중 캐치볼을 하며 어떻게든 팀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올 시즌 전열 공백이 컸지만 선수단 맏형 김동주는 때로는 진중하고 때로는 장난스럽게 후배들에게 다가갔던 선수다. 그렇다면 왜 두산은 홍성흔에게 리더십을 기대하고 거액을 투자했을까.
어느 순간 두산 선수단에는 투지를 불러일으키는 대화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기점은 2010년. 한 선수는 “솔직히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팀 분위기는 좋았다”라고 토로했다. 홍성흔이 2008년 11월 말 롯데로 떠났음에도 선수들은 대화하며 서로 보듬어주고 기를 북돋워주는 분위기를 조성했던 두산이다. 2009시즌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어려울 때도 두산은 서로 도우며 난관을 헤쳐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분위기가 바뀐 기점은 바로 2010년이다.
2009년 12월 30일 히어로즈발 트레이드 때 두산은 현금 10억원에 선발로 가능성을 비추기 시작하던 좌완 금민철(넥센, 공익근무 중)을 내주며 좌완 이현승(상무)을 데려왔다. 이현승은 2009년 13승을 올리며 히어로즈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투수. 거액과 유망주를 주며 좌완 에이스감을 데려왔다는 것은 선수단에 ‘구단이 우승을 바라고 있다’라는 것을 제대로 체감하게 했다. 우승에 대한 강박관념이 선수단을 둘러싸기 시작한 시기다.
그와 함께 김경문 전임 감독과 선수들의 대화는 거의 뚝 끊어졌다. 김광수 수석코치와는 선수들의 소통이 있었으나 감독과 선수의 대화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점은 우승에 대한 의무감과 부담감을 의미한다. 이후 두산 선수단 내의 활발한 대화 빈도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2007년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2연승 후 4연패라는 절망적인 성적표에도 “다음에는 해낼 수 있다. 해 보자”라며 기를 북돋던 그 팀이 아니었다. ‘해낼 수 있다’가 ‘해야 한다’로 바뀌면서 두산의 팀 분위기도 무겁게 바뀌기 시작했다.
김경문 감독이 지난 시즌 중 물러난 뒤 새로 취임한 김진욱 감독은 가감 없는 소통을 바랐다. 그러나 올 시즌에도 선수단의 분위기가 2010년 이전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선수들의 부상도에 따른 출장 기회에 차등을 두고 전날 2안타를 친 선수가 다음날 선발 라인업을 보장하지 못하기도 하는 경기가 이어지면서 선수단의 분위기가 그리 좋게 흘러가지는 못했다. 페이스가 좋아도 ‘아프다’라는 이야기에 출장 기회를 뺏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은 이상론을 추구했으나 현실은 달랐고 그와 함께 가볍게 파이팅을 외치는 횟수는 여전히 적었다.
홍성흔은 때로 중뿔날 정도로 파이팅을 외치던 선수다. 그러나 두산이 홍성흔에게 그것만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싫은 소리도 하고 뼈 있는 농담도 하면서 대화가 대폭 줄어들었던 선수단에 활기를 불어넣어 달라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 두산을 바라보는 내부 시선은 야수층이 아직 두껍고 선발진이 갖춰진 만큼 ‘해낼 수 있다’가 아니라 ‘해야 한다’라는 이미지가 큰 것이 사실. ‘미라클 두산’을 표방하는 팀이지만 현실은 ‘머스트 두산’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지난 수 년 간 두산 선수단에는 크고 작은 부상을 참고 어떻게든 버텨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2010년부터 선수들에게 우승이라는 목표가 ‘의무’가 되며 팀 분위기가 딱딱해지기 시작했다는 점도 파악해야 한다. 두산 구단은 홍성흔에게 너무 많은 것을 맡기기 전에 자신들이 왜 홍성흔에게 거액을 투자했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그간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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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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