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팀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되면서 열기가 뜨거워졌고 이는 1999년 제도 도입 이래 가장 짧은 3일장으로 끝났다. 2012 프로야구 FA 시장이 우선 협상 기간을 제외한 타 팀 교섭 기간 사흘 만에 모두 끝이 났다.
지난 19일 롯데에서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한 홍성흔(35)이 데뷔팀 두산과 4년 총 31억원의 계약을 맺으면서 원 소속팀과의 우선 협상 기간 종료 후 17일부터 타 구단 협상에 나선 FA 5인이 모두 새 둥지를 찾았다. 삼성의 ‘국민 노예’였던 정현욱이 17일 오전 LG 트윈스와 4년 28억 6000만원의 계약을 맺으며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같은 날 오후 SK의 4번 타자로 활약했던 베테랑 우타자 이호준은 신생팀 NC와 3년 20억원의 계약을 맺으며 신천지에서 주포로서 활약을 다짐했다. 18일 오전에는 최대어로 꼽혔던 김주찬이 KIA와 4년 50억원에 도장을 찍었고 2007년 타격왕(3할3푼8리)인 내야수 이현곤도 NC의 주전 3루수로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그릴 예정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도장을 찍은 홍성흔은 이미 공식 계약 이전부터 두산으로의 이적이 확실시 되던 선수. 홍성흔의 계약을 마지막으로 원 소속 구단과 협상 완료된 FA 6명(KIA-김원섭, 유동훈, LG-정성훈, 이진영, 한화-마일영, 넥센-이정훈)을 포함한 11명의 FA가 모두 계약을 마쳤다. FA 미아 없이 타 구단 협상 기간 사흘 만에 시장이 끝난 것은 역대 최단기간이다.
NC까지 가세하며 수요가 많아진 만큼 선수들에게는 행복한 시장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호준과 홍성흔은 이미 30대 중반을 넘어 후반인 베테랑 선수들이지만 그들을 원하는 팀이 있던 만큼 원 소속구단의 계약 조건에 고개를 저은 뒤 타 팀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KIA에서 주전 자리를 잃어버린 이현곤도 새 팀에서 권토중래를 꿈꿀 수 있는 행복한 FA로 도장을 찍었다.
‘형님의 품격’이 계약을 통한 가치 격상에도 영향을 미친 FA 시장이다. 두산은 이전부터 선수단의 구심점을 찾으며 홍성흔에 대한 러브콜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줬고 이는 계약으로 성사되었다. 삼성의 지키는 야구에 있어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던 정현욱도 이를 인정받으며 마무리가 아닌 롱릴리프-셋업맨 기대치의 FA 투수로서 가장 큰 계약 합의에 성공했다. SK의 베테랑으로서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을 함께 했던 이호준도 베테랑 존중 시장의 수혜자가 되었다.
최대어 김주찬의 계약 과정도 흥미로웠다. 본격적인 시장이 열리기 전 김응룡 한화 감독이 김주찬을 좋은 선수로 평가한 것이 ‘50억원 가치’라는 이야기로 퍼져나갔고 김주찬은 정말 5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김주찬의 새 유니폼은 오렌지색 한화가 아닌 KIA의 붉은 유니폼이다. 에이스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을 움켜 쥔 한화가 쓰린 속을 달래야 했던 순간이다.
수요가 많아지며 5명의 FA 이적생들은 모두 수혜자가 되었다. 그러나 시장이 커진 만큼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뚜렷해졌다. 이미 이진영과 정성훈을 눌러 앉힌 LG는 정현욱으로 계투진을 보강하며 FA 시장의 승자가 된 반면 김주찬과 홍성흔을 잃은 롯데와 거금을 쥐고도 이를 ‘지르지’ 못한 한화는 씁쓸하게 내려가는 셔터 문을 바라봐야 했다.
올해 FA 시장을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2008 베이징 올림픽,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병역 특례를 받은 강민호(롯데), 정근우, 최정(이상 SK), 장원삼(삼성) 등 특급 선수들이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다수의 주축 선수들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FA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가능성이 크다. 10구단 태동은 물론 2013년 말 격년제 2차 드래프트가 열리기 때문에 보호선수 명단의 여유를 위해 FA 신청 선수들이 예상보다 더 쏟아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수요가 많아지면 FA 선수들은 행복해진다. 자신들을 원하는 손길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과열 양상이라는 일각의 의견 속 사흘 만에 끝난 2012 FA 외부 시장. 앞으로 이 순간 만큼은 ‘스토브 리그’를 넘어 ‘용광로 리그’가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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