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이 뭐길래? ‘청춘불패’와 ‘승부의 신’ 잡나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11.20 11: 13

[김대주 작가의 사심talk] 방송을 끝낸 다음날 아침 9시에서 10시 사이, 휴대폰엔 어김없이 문자 하나가 전송된다. ‘지난 방송 시청률은 ○○%입니다.’ 그리고 얼마 후 점심시간 전후로 방송 스태프와 매니저 그리고 가끔은 방송에 출연한 연예인들의 전화를 받는다. ‘어제 방송은 시청률 얼마나 나왔어?’
방송의 모든 제작 스태프와 연예인 그리고 모든 제작 스태프와 연예인의 지인들까지 방송 다음날이면 오래된 습관처럼 서로 시청률을 묻고 검색한다. 그 이유는 바로 시청률이 올랐느냐 떨어졌느냐에 따라 다음 방송의 시청률이 나오기 전까지 일주일간의 기분과 컨디션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게 단 0.1%라고 해도.
0.1%라도 올리려면 몇 명이 더 봐야 하는 거야?

 KBS의 「청춘불패 2」, MBC 「승부의 신」은 종영결정이 났다. 종영의 이유는 단 하나, 저조한 시청률. 수많은 방송프로그램들이 낮은 시청률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결국은 사라져 갔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의 생명줄을 잡고 있는 시청률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우리나라의 시청률 조사기관은 크게 두 곳 AGB닐슨과 TNmS미디어다. 두 곳은 각각 대략3000여 가구의 텔레비전 시청 자료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시청률 자료를 만들어낸다. 결국 프로그램에 대한 전 국민의 시청률은 3000여 가구의 표본 조사로 예측한 결과다. 예를 들면 3000여 가구 중 1가구가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면 시청률은 0,033%, 3가구정도가 보면 0.1%가 된다. 결국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0,1%라도 올리고 싶다면 다른 프로그램을 보던 3가구의 채널을 돌려놓으면 된다. 이것이 바로 단순 명료하게 정리한 시청률의 정체다. 그러나 시청률은 더 이상 단순하게 산출해낼 수 있는 평균이 아니다.
VOD, 인터넷 다운로드 그리고 DMB와 모바일 어플
 프로그램의 성향에 따라 그것을 보는 시청자 또한 달라진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런 시청자의 차이가 그 프로그램을 보는 방법에도 차이를 만들어 냈다. 예를 들어 외부 활동이 많은 10대 ~ 40대의 경우, 집에 앉아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대부분은  이동을 하면서 휴대폰을 이용해 ‘DMB나 모바일 어플’로 방송을 보거나 ‘VOD서비스, 인터넷 다운로드’를 이용해 보고 싶은 시간에 따로 본다. 그렇다면 이런 시청자들은 시청률에 어떤 방식으로 합산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이렇게 모바일과 온라인을 이용한 시청자는 앞으로도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서 예전과 같은 시청률 조사방법은 실제 시청률과의 오차만 더욱 크게 만들뿐이다.
 많은 폐인을 만들어내는 드라마, 혹은 온라인에서 항상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들이 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면에선 크게 반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관계있지 않을까?
시청률 산출의 새로운 방법과 공신력 있는 검증
 단지 프로그램의 인기정도를 알아보는 수치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운명을 쥐고 있는 시청률. 그렇다면 조금 더 정확하고 납득할만한 시청률이 필요하다.
 적은 표본 가구를 늘리면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표본 가구가 많아지고 다양해진다면 조금 더 정확한 시청률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표본이 아무리 많아져도 전체를 대신하기엔 부족하다. 외국의 경우 신기하게도 시청률을 조사하는 표본 가구 수가 우리나라와 별반 큰 차이가 없다. 하나 다른 것은 시청률 결과를 검증하는 검증기관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불거진 시청률 조사기관의 조작의혹은 공신력 있는 검증기관의 필요성을 말해준다.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완성도나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안정된 시청률의 확보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지키고 계속해서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더욱이 시청률에 따라 단명 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요즘엔 더욱 더.
 새로워진 미디어환경에 맞는 시청률 조사 방법과 믿을만한 검증. 시청률에 죽고 사는 방송가의 많은 사람들에게 적어도 억울한 종영을 막아 줄 순 있을 것이다.
[방송작가]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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