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가 팀을 떠났다. 쉽게 메울 수 있는 공백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름이 있다. 바로 박경완(40, SK)이다.
SK는 이번 FA 시장에서 4번 타자 이호준(36)과의 재계약에 실패했다. 2년 총액 12억 원(계약금 4억 원, 연봉 4억 원)을 제시했으나 이호준의 사인을 얻어내지 못했다. 계약 기간과 총액 모두에서 생각이 달랐다. 결국 이호준은 NC와 3년 총액 20억 원에 계약하며 인천을 떠났다.
타격은 제법 크다. 이호준은 지난해 타율 3할, 18홈런 78타점을 기록하며 분전했다. 팀 내 야수 중에서는 최정과 함께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득점권에서도 3할6리로 약하지 않았다. 이런 이호준이 떠나 중심타선의 중량감이 떨어졌다. 대체자로 거론되는 몇몇 선수가 있지만 이호준 만한 활약은 장담할 수 없다. 가뜩이나 올 시즌 타선의 침체로 고전했던 SK로서는 악재다.

이런 이호준과 묘하게 대비되는 선수가 박경완이다. 공교롭게도 이호준이 떠나기 직전 SK는 박경완의 거취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내놨다. 현역 연장 의사를 밝힌 박경완을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하기로 했다. 내년에도 함께 가겠다는 결론이다.
박경완은 지난 2년 간 부상으로 고전했다. 2년 동안 1군 출전 기록이 18경기에 불과하다. 몸 상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40대에 접어든 나이도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조인성 정상호 이재원이라는 포수가 있는 SK에서는 박경완의 자리가 마땅치 않은 듯 보였다. 일각에서 조심스레 은퇴를 점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판이 달라졌다. 반드시 필요한 전력이 됐다. 물론 박경완이 이호준의 몫을 직접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팀 내 전력 재배치에 중요한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조인성이나 이재원을 이호준의 대체자로 생각한다면 박경완의 비중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조인성은 지난해 타율 2할7푼1리와 9홈런 40타점을 기록했다. 포수 마스크를 벗고 타격에만 전념한다면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만하다. 상무에서 제대한 이재원은 타격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9월 팀에 합류해 1군에서 3할2푼1리, 장타율 5할3푼6리를 기록했다. 특히 왼손 투수에 강하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현 시점에서 유력한 지명타자 후보다.
따라서 SK의 내년 포수진은 ‘4명’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박경완에 따라 포수 4명의 활용도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이만수 SK 감독의 구상에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다. 한편 이 결론은 박경완이 SK에서 명예롭게 선수 생활을 마칠 수 있을지에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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