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이 너무 많이 끼었다".
FA 시장 인플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생기고 있다. 올해 FA 선수들의 몸값 총액은 242억6000만원. 지난해 261억5000만원에 이어 2년 연속 2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이 같은 FA 시장의 몸값 인플레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프로야구 시장이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FA 선수들의 몸값이 나날이 치솟으면 언젠가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다.
FA 시장 인플레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이다. 외야수 이택근이 총액 50억원에 넥센과 재계약하는 등 총 16명의 선수가 역대 최다 261억5000만원의 몸값을 기록했다. 정대현은 마무리투수로는 역대 최다 36억원을 받았고, 정재훈도 중간투수로는 역대 최다 28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 선수들의 계약은 고스란히 올해 FA 선수들의 기준점으로 작용했다.

외야수 김주찬은 이택근과 마찬가지로 총액 50억원의 FA 대박을 터뜨리며 KIA로 이적했고, 정현욱도 중간투수로는 역대 최다 28억6000만원에 LG 유니폼을 입었다. 신생팀 NC까지 이호준·이현곤을 총액 30억5000만원에 영입하고, LG·두산까지 FA 시장에 가세하며 열기를 더욱 띄웠다. 이 같은 열기는 내년 시즌을 마친 후 쏟아지는 대어급 선수들에게는 굉장한 호재이다.
그러나 구단들로서는 골머리를 앓을 일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벌써부터 이런데 내년에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드러냈다. 모 야구인도 "FA 시장에 거품이 제대로 끼어있다. 지금 프로야구 인기가 좋다고 하지만 언제 어떻게 한순간에 갈지 모른다. 선수들의 몸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날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장 10구단까지 가세한다면 선수 수급을 향한 각 구단들의 경쟁적인 움직임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선수들의 몸값만 더 오른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FA 제도 도입 후에도 이같은 흐름이 있었다. 2003~2004년 시즌을 마친 뒤 FA 선수들의 몸값 총액은 2년 연속 200억원을 넘겼다. 2003년 12명이 201억2000만원, 2004년 11명이 202억8600만원으로 연일 FA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 시기 대박을 친 심정수·진필중·마해영·정수근은 모두 이른바 'FA 먹튀'가 되어 버렸다. 구단들은 지갑을 닫았고, 한동안 FA 시장의 열기는 얼어붙었다. FA 시장 인플레에 따른 역효과였다.
시간이 지나고, 결과가 나오면 FA 거품론이 일어날 수 있지만 지금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게 문제다. 2010년 이후 최근 3년간 8개팀 감독 모두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낙마했다. 거의 대부분 감독이 우승을 하지 못하고, 4강에 가지 못한 이유로 물러났다. 성적에만 목매는 프로야구판 분위기에서 공격적인 선수 보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구단들이 먼저 선수들에게 몸값을 더해주고 있는데 마다할 선수들은 없다. 그들에게 FA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FA 시장 거품론이 일고 있지만 이 같은 인플레를 초래한 것은 결국 당장 성적에 눈이 먼 구단들이다. 과연 구단들은 FA의 역풍을 각오할 수 있을까. 이미 지난해 FA 계약을 맺은 선수 중 2명(이승호·송신영)이 팀을 떠났다. 넥센과 NC 그리고 앞으로 들어올 10구단은 재정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10구단 체제에서 구단들이 초래한 선수 몸값 상승 현상은 언제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돌아올지 모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