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화재? 그 무슨 섭섭한 말씀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1.20 11: 22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를 잘 뽑는다. 수준도 계속 높아진다. “전임자보다 더 나은 선수를 뽑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항상 보기 좋게 강스파이크를 날린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리그를 평정했던 가빈의 대체자로 들어온 레오(22)의 기량이 심상치 않다.
레오는 첫 4경기에서 153득점과 공격 성공률 60.85%을 올리며 팀의 전승을 이끌었다. 득점과 공격 성공률 모두 리그 1위다. 체격은 마른 편이지만 206㎝의 신장에서 나오는 타점 높은 공격이 일품이다. 여기에 상대 수비진의 움직임을 보고 때리는 여유까지 갖췄다. 가빈에 비하면 범실도 적고 소위 말하는 나쁜 공을 때리는 데도 불만이 없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지만 또 한 번의 히트 예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레오화재’라는 비아냥이다. 삼성화재는 팀 구성상 외국인 선수에 대한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국내 공격수들이 부족해 외국인 선수가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다. ‘젤코화재’, ‘가빈화재’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실제 레오의 올 시즌 팀 내 공격 점유율은 53.5%에 달한다. 승부처에서는 그 비중이 더 높아진다.

하지만 삼성화재 선수들은 이런 이야기에 고개를 내젓는다. 외국인 선수의 삼성화재가 아닌, 삼성화재의 외국인 선수라고 당당히 말한다. 아무리 뛰어난 외국인 선수도 팀에 녹아들지 않는다면, 또 팀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소용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더 집중한다. 삼성화재 특유의 조직력은 그런 책임감에서 나온다. 외국인 선수가 바뀌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8일 있었던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도 이런 삼성화재의 색채가 잘 드러났다. 삼성화재는 1세트에서 역전패 당했다. 그것도 24-21까지 앞서 있다 뒤집혔다. 팀 분위기가 처질만했다. 그러나 2세트부터 국내 선수들이 분전했다. 레오가 집중 견제에 시달리는 사이 반대쪽에서 박철우가 활로를 뚫었다. 고희진 지태환의 중앙 공격도 불을 뿜었다. 레오에 집중했던 현대캐피탈의 생각을 역으로 찔렀다.
결정적인 순간 상대 주포 가스파리니를 잠재운 것도 벤치에서 들어간 고준용이었다. 마치 “왜 우리가 조연이냐”라고 항변하는 듯 했다. 결국 삼성화재는 세트 스코어 3-1로 현대캐피탈을 눌렀다. 33점을 올린 레오의 활약도 중요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공헌도가 도드라졌다. 외국인 선수의 몫이 큰 삼성화재가 역설적으로 배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한 판이었다.
고희진은 시즌 초 “가빈만 6명 있다고 배구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선수들이 자기 역할에 책임감을 갖고 있기에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든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팀으로서의’ 삼성화재를 믿는다는 뜻이었다. 실제 삼성화재는 그 힘을 바탕으로 순항하고 있다. 이런 삼성화재에 레오화재라는 말은 다소 섭섭한 수식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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