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이다.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 속 인성은 한 여인만을 사랑하는 뱀파이어도, 맨손으로 악당을 제압하는 영웅도 아니다. 그는 내 주변 어딘가에서 잘 풀리지 않는 일에 성질을 내고 가끔은 시원하게 욕도 하며 자연스럽게 사랑도 하는 그런 평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런 캐릭터를 '생활 연기의 달인'이라 불리는 배우 김태우가 했으니 영화의 리얼리티는 더욱 높아진다. 정말 물 흐르듯 이질감 없는 그의 연기에 관객들은 자신의 현실을 영화에 이입해 보게 된다. 그러니 서로의 집을 바꿔 산다는 판타지적인 요소도 진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로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지난 13일 압구정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김태우 역시 현실적인 캐릭터와 판타지적인 내용이 어우러진 시나리오에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보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나한테도 저런 일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거라 생각했단다.

- 영화를 본 소감이 궁금하다.
▲ 생각했던 것보다 관객분들이 되게 재밌어하시더라. 생각보다 더 많이 웃으시고 좋아하셨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조·단역 분들이 캐릭터를 잘 살려주셔서 그런 것 같다. 건방지게 주연으로서 조·단역 분들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팀 입장으로 그분들한테 감사하다.
- 혹시 아쉬운 점이 있다면.
▲ 모든 연기와 모든 작품이 아쉽다. 하지만 현장에서 고민을 많이 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인가.
▲ 시나리오 속 인물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인물이 아니다. 말이 감독이지 회사원이고 내 주변에 있을 만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사실 내용은 판타지다. 누가 주말마다 쉬겠나(웃음). 하지만 비슷한 취미를 가진 남녀가 만나서 그게 영화로 나오면 관객분들이 재밌어할 것 같았다. 그리고 영화가 잘 만들어지면 보시는 분들이 '나한테도 저런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생각할 것 같았다.
- 촬영하며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 정말 신기하게도 날씨가 우리 촬영 일정에 맞게 딱딱 맞춰주더라. 하지만 추위에 고생을 많이 했다. 강릉이 공기가 좋으니까 해는 좋은데 낮과 밤의 기온 차가 너무 심하다. 너무 추워서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 예지원과의 호흡은 어땠나.
▲ 순수하고 마음이 건강하고 몸도 건강한 배우다. 사람들이 4차원이라고 하는데 정말 여성적이다. 단지 4차원적인 모습이 부각이 되니까 그런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4차원적인 행동을 보는 사람들이 재밌어하지 않나. 다소곳한 여배우들 사이에서 그런 행동을 하니 그것이 부각된 것이지 사실은 여성스럽고 순수하고 지극히 정상적이다(웃음). 그런데 그런 것만 부각 돼서 그런 걸 이용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호흡은 정말 좋았어요. 좋다고 말할 필요도 없이 물 흐르듯 연기했다.
- 만약 실제 상황이라면 집을 바꿔 생활하는 것은 어떤지.
▲ 집을 왜바꾸냐. 난 절대 안 할 것이다. 상대방이 매력적인 여자라면 생각해 보겠다(웃음).

- 드라마 '바보엄마'에서는 악역을 맡았다. 색다른 변신이었는데.
▲ 10년 만에 드라마를 하는 것이었는데 다들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10년 만에 나오는 건데 검사, 의사 이런 역할을 또 하면 시청자들은 재미없을 것 같더라. 그래서 보는 분들이 나를 오랜만에 봤을 때 악역을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으로 극장을 나갔으면 좋겠나.
▲ 많이 알면 지식이 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본인이 재밌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돈 아깝다'라는 생각보다는 기왕이면 '나도 사랑하고 싶다', '생각보다 재밌네' 등의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 인생을 바꿀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각자의 느낌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돈 아깝다'만 아니면 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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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