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영입 실패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FA 시장에서 변죽만 올린 한화가 연일 난타당하고 있다. 김응룡 감독은 FA 2명을 잡아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구단에 실망했고 안팎에서도 FA 영입 실패의 이유를 짚고 있다. 자금력이나 실탄 싸움에서 뒤질게 없는 한화가 "시장이 너무 과열됐다"는 이유로 물러섰다는 건 쉽사리 이해될 수 없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한화가 FA 시장에서 노린 선수는 투타의 최대어 정현욱과 김주찬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각각 LG-KIA를 택했다. 정현욱은 확실한 마무리 봉중근이 있는 LG에서 중간계투로 자신의 역할을 다할 것으로 판단해 LG를 택했고, 김주찬도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의 팀을 우선으로 삼았다고 한다. 한화는 확실한 마무리가 없어 부담이 크고,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의 팀도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구단의 이미지다. 최근 4년간 3번이나 최하위를 한 한화는 지난해 박찬호·김태균 영입과 올해 류현진 포스팅 추진 과정에서 대승적인 결정을 내리며 '통큰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자랑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짠돌이 구단' 이미지가 강하다. 지난해 기대이상 성적에도 불구하고, 챙겨줄 선수를 챙기지 못해 연봉협상에서 잡음이 일어난 게 대표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다른 팀 선수들에게도 전해지지 않을 리 없다. 여기에 팀 전력도 약한데 성적을 올리기도 힘들고,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올해 타격왕에 오른 4번타자 김태균의 경우 독보적인 성적에도 불구하고 팀성적이 뒷받침되지 못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김태균이야 팀 프랜차이즈 스타이지만 외부에서 올 선수는 감당키 어렵다.
또 하나는 시스템의 문제이다. FA 영입 과정에서 한화의 움직임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FA 시장 과열 양상에 발을 뺐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한 야구인은 "FA 영입 실패로 김응룡 감독의 실망이 크다. 구단에서 적극적으로 뛰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FA 뿐만 아니라 트레이드 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라고 전했다.
트레이드의 경우 현장 감독들끼리 합의할 수 있지만 운영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가능하다. 선수는 감독의 재산이 아닌 구단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감독의 의중이 커도 구단이 움직이지 않으면 어렵다. 한대화 전 감독 시절에도 다르지 않았다. 한 전 감독이 타구단에서 방출된 선수를 점찍고 데려올 계획을 세웠지만 구단에서 한 발짝 늦은 바람에 타구단에 내주고 말았다.
이는 군입대 관리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한화는 올해 경찰청에 양훈·오준혁 2명을 보낸게 전부다. SK가 6명, 삼성·LG가 5명씩 보낸 것에 비하면 차이가 크다. 군입대는 선수들의 기량 만큼 구단에서 얼마나 움직이는지도 중요하다. 한화는 매년 여러 선수들을 경찰청·상무에 지원했지만 탈락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군입대가 꼬인 데에는 이 같은 시스템의 문제도 있었다.
FA 영입 실패로 역풍 맞고 있는 한화지만 문제는 FA 영입 실패가 아니다. 최근 몇년간 쌓여온 구단 이미지·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류현진이 전해줄 280억원의 돈은 허공에 뜰지도 모른다.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것 만큼 답답한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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