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영, 10년만에 왜 다시 기자들을 만났을까?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11.20 16: 22

배우 이경영이 10여년만에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적극적인 대중과의 소통에 나선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경영은 10여년만에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최근에는 방송 토크쇼에도 출연했다. 물론 작품 활동은 몇 년 전부터 점차 증폭되고 있지만 취재진과의 본격 인터뷰는 실로 오래간만이다.
이경영을 이렇게 특별한 외출로 인도한 것은 영화 '남영동 1985'(정지영 감독, 22일 개봉)의 힘이다. 이경영은 "오랜만에 어떻게 인터뷰에 응할 결심을 했나?"란 질문에 "이번 영화는 기본적으로 배우로서의 홍보 개념을 뛰어넘었다. 영화의 힘을 알리고 싶은 것에, 단지 배우로서의 책무를 넘어섰다"라고 대답했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직접 대중 앞에 서기를 결심한 것이다.

'남영동 1985'는 풍족치 못한 환경에서 제작됐고, 당연히 홍보 마케팅에 많은 돈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작품을 알리기 위해 감독 뿐 아니라 배우들도 스스로 발로 뛰어야 한다. 여기에는 '정지영 최고의 작품'이라고도 평가 받는 '남영동 1985'의 작품성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다. 하지만 10여 년 전 불미스런 일 이후 대중 앞에 선뜻 나서지 않았던 이경영이기에 그 행보는 주목할 만 하다.
물론 몇 년 전부터 이경영의 스크린 활동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에도 '후궁 : 제왕의 첩', '회사원', '5백만불의 사나이' 등에 출연했으며 대선을 앞두고 개봉하는 비슷한 소재의 영화 두 편 '남영동 1985'와 '26년'에도 동시 출연한다. 하정우가 출연하는 윤종빈 감독의 '군도'는 차기작 중 한 편이다.
이렇듯 몇 년간 서서히 배우 재개에 시동을 걸었다면, '남영동 1985'는 본격 날갯짓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만큼 비중도 크고 고문기술자 이두한 역을 연기한 그는 스크린을 압도한다. 지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게 비뚤어진 애국심에 사로잡힌 이두한 역을 묵직하고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배우로서는 도저히 안 하고는 못 배기는 유혹"이라고 이두한 캐릭터를 표현하기도 했다.
정지영 감독은 이경영의 출연에 대해 "그간 작품 활동을 잘 안 했는데, 옛날 사건 때문에 이렇게 쉬고 있으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 배우인 만큼, 이 작품으로 제 모습으로 돌아오라고 했다"라며 "이 작품을 계기로 TV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영화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라고 진심어린 바람을 전한 바 있다.
이경영은 충무로 러브콜이 쏟아지는 이유에 대해 묻자 "돈을 많이 안 받아서?"라고 눙을 치며 크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이어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10년이란 공백기는 있어서인지 '너 그 동안 얼마나 굶었길래 이렇게 많이 하니?'라고 묻는 분도 계세요. 하지만 초등학교를 보면 봄, 가을 소풍 두 개가 있잖아요. '왜 소풍을 두 번만 가야되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별 출연이면 어떻고 조연이든 주연이든 어때요. 소풍이라면 늘 즐겁잖아요. 이렇게 즐겁고 좋은데 항상 가고 싶은 거죠."
이경영은 이렇듯 연기를 소풍에 비유했다. 그에게는 연기가 전날 밤 잠을 설칠 정도로 설레고 즐거운 일인 것이다. 대화 말미에는 "한 작품을 길게 찍고 싶은 작품도 있다"라고 솔직한 바람을 덧붙이기도 했다.
최근 그가 출연한 방송 토크쇼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경영은 미디어를 통해 그의 개인사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아보였다. 그런 관심이 혹시 섭섭하지는 않냐는 질문에 그는 "뭐 그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으니까"라며 말을 아낀 후 다시금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눈을 반짝였다.
'남영동 1985'에 대해 그는 "관객들에게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와 바람을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간단하게 말하면, 아무리 거짓의 힘이 커도 작은 진실 앞에 무너진다란 메시지를 전하는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을 찍으며 야만의 시절, 회색 분자로 살았던 자신을 뒤돌아보고 반성했다는 그 역시 스스로 이 작품을 통해 삶에서나 연기자로서나 리프레시(refresh)된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어쨌든 '배우' 이경영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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