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순재, 김영철, 송재호가 출연료 미지급으로 KBS와 대립하고 있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연노)의 방송거부투쟁 긴급 기자회견에 참여해 한 목소리로 “생존의 문제”라면서 KBS에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이순재, 김영철, 송재호 등 한연노 소속 원로 배우 및 연기자 20여 명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별관 인근 한 중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기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출연료 미지급과 관련해 KBS의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연노는 KBS를 상대로 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 '국가가 부른다', '도망자', '프레지던트', '정글피쉬2' 등의 미지급 출연료 13억 원의 해결을 요구하며 지난 12일 촬영거부 출정식을 가졌고, 촬영거부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연노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최선을 다해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면서 KBS가 ▲종방 촬영 전까지 출연료를 완납해 줄 것 ▲외주제작사를 통한 프로그램 제작 시 연기자들의 출연료를 방송사에서 직접 지급할 것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순재는 “예전에는 연기자들이 자진해서 출연료를 동결할 만큼 방송국과 한 몸이었다. 지금도 그런 애정은 변함도 없지만 ‘외주제작’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형성되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자들이 제작사를 상대로 이익을 따지기 위해서는 제작에 들어간 이후 촬영에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방송은 나가야 한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촬영에 임해왔다”면서 “이제는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영철은 “KBS와 우리 한연노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우리의 생존, 기본권의 문제다. 지금 일반 여러 국민들이 보시기엔 아름답게 보이진 않지만 우리 동료들은 굉장히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을 하고 돈을 못 받는데 또 제 가치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내재돼 있지만 우선 기본급을 달라는 것”이라면서 “50분 계약을 해서 60분 방송이 나가고, 외부 제작해서 책임이 없다고 하고, 이런 기본적인 것을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계속 출연료 미지급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여왔던 송재호 역시 “외주제작을 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면서 “방송국에서 의뢰할 때 외주제작사에서 우리와 계약을 한다. 그래서 외주제작사와 계약을 한 다음 출연료를 못 받을 경우 방송국과 다시 협약 체결했는데 오늘의 사태가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영호는 “저희 엔터테이너는 이 사회에 감동을 주는 본질을 가지고 있는 직업이다.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인데 품위를 잃지 않고 싶다”면서 “KBS에서 몇 가지 요구사항을 들어주면 우리는 선선히 대치를 풀겠다. KBS가 우리 실무자들과 얘기를 진지하게 나눠서 문제를 빨리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KBS는 외주제작사와의 계약에 의해 외주제작사에 제작비를 이미 전액 지급했다며 출연료가 지급되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외주제작사의 책임이고 KBS는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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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