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위기를 말한다. 하지만 위기는 다른 말로 기회다. 아직 뚜껑은 열리지 않았고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한화는 지난주 FA 영입 실패로 후폭풍을 맞고 있다. 김응룡 감독이 요청한 투타의 최대어 정현욱과 김주찬은 각각 LG·KIA행을 택했다. 에이스 류현진이 떠난 상황에서 전력 보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니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은 더욱 뜨겁게 똘똘 뭉치고 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그들에게는 어쩌면 지금이 아주 큰 기회다.
한화는 충남 서산 2군 전용 훈련장에서 맹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점심 시간도 따로 없이 혹독한 훈련을 치르고 있다. 이들에게는 FA 영입 실패가 하나의 기회다. 새로운 코칭스태프에 눈도장을 찍고 기회를 얻을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FA 영입 실패 이후로 훈련 분위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응룡 감독은 "FA 영입이 되지 않아 아쉽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없는 대로 해야 한다"며 애써 답답한 마음을 감추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김성한 수석코치도 "지금 정해진 주전은 없다. 아직 감독님와 코치들은 여기 있는 선수들을 세세하게 잘 모른다. 선수들에게는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큰 기회 아니겠나. 새로운 코칭스태프에게 자신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선수들에게 동기를 유발하고 있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김응룡 감독과 협의하에 서산과 대전의 훈련 멤버를 수시로 조정하며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은 떨어지지만 오히려 이런 위기감 고조가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선수는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 우리팀에서 정해진 주전이 얼마 없다. 모든 선수들이 주전 자리를 의식하며 살아남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류현진의 공백이 크고 FA 영입 실패의 후유증이 있지만 서산 지옥훈련을 통해 어느 누군가가 튀어나와 그 자리를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대개 젊은 선수들은 팀이 어려울 때 성장하기 마련이다. 김태균과 이범호도 2000년대 초중반 한화 리빌딩 시기에 큰 선수들이다.
당장 이번주부터 대전에 남아있는 고참 선수들 몇 명이 서산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김응룡 감독이 "서산 마무리훈련에 합류하지 않은 선수들은 내년 스프링캠프에 데려가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자 고참 선수들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고참과 젊은 피들이 경쟁하는 모양새 그려지며 훈련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김응룡 감독의 실력우선주의가 조금씩 선수단에 녹아들고 있다.
한화 구단도 비록 FA 시장에서는 기대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그만큼 선수단 내부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보너스 금액을 높이고 선수단 지원을 아끼지 않는 방식으로 기존의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아울러 류현진이 남기게 될 약 280억원의 금액도 소중하게 다룰 계획이다. 구단 관계자는 "그 돈이 어떤 돈인데 함부로 흥청망청 쓸 수는 없다"며 "구단에서 내년 이후로도 계획하고 있는 게 있다"고 밝혔다. 거품이 잔뜩 낀 올해 FA 시장보다 계획적으로 내년 이후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당장 내년 시즌 성적을 내야 하는 구단으로서는 쉽지 않은 행보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존 선수들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2011년 한화가 기대이상의 성적을 낸 것도 부담없이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친 결과였다. 잃을 게 없는 한화는 이제 더 이상 무서울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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