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 종료’, 이제는 외국인 전쟁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1.21 06: 38

공수주를 두루 완벽에 가깝게 갖춘 타자가 아니라면 한국 무대 입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올 시즌 8개 구단 모든 외국인 선수가 투수로 구성되었던 프로야구.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가세 속에서도 2년 연속 ‘투수만 믿고 가자’라는 분위기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문까지 모두 닫히고 이제 남은 것은 기존 선수단의 연봉 계약 및 외국인 선수 인선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 선수 인선을 공식적으로 마친 팀은 넥센 히어로즈. 지난해 16승 4패 평균자책점 2.20으로 최고 선발 투수였던 브랜든 나이트는 물론 11승 8패 평균자책점 3.28로 활약한 좌완 앤디 밴 헤켄과의 재계약을 마치며 선발 원투펀치의 힘을 유지하는 데 힘썼다.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도 외국인 투수들과의 재계약을 노리고 있다. KIA는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화려하게 변신한 앤서니 르루와 156km 파워싱커의 주인공 헨리 소사에게 내년에도 기회를 주기로 했다. 변수는 소사가 마무리로도 출장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이는 두 투수와의 재계약이 전제인 만큼 2년 연속 KIA에서의 활약 여부는 확정적이다.

‘100마일의 사나이’ 레다메스 리즈의 메이저리그 복귀 여부로 결정되지 않던 LG도 벤자민 주키치-리즈 체제로 3년 연속 시즌을 치르게 될 예정이다. 좌완 에이스 주키치는 올 시즌에도 11승을 올리며 제 몫을 했고 마무리에서 선발로 이동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리즈는 막판 호투로 가능성을 높였다. 메이저리그 모 구단에서 리즈 영입을 타진했으나 확실히 보장된 계약이 아닌 만큼 리즈도 다음 시즌 한국 무대 활약 쪽으로 마음이 기운 상태다.
지난해 15승에 이어 올 시즌 11승을 올린 두산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재계약이 사실상 확정되었다. 다만 35세이브를 올리며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남긴 스콧 프록터의 재계약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선수는 다음 시즌 한국 리그에서의 활약을 바라고 있으나 김진욱 감독이 막판 프록터의 경기 내용에 대해 다소 불만을 비췄고 게다가 에이전트 측에서 일본 리그 진출을 권유 중. 마침 마무리 후지카와 규지를 메이저리그로 보내는 일본 센트럴리그 팀 한신이 이가라시 료타 획득 경쟁에서 소프트뱅크에게 밀리며 외국인 마무리 투수를 찾고 있다.
2년 연속 통합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는 14승을 올린 미치 탈보트와의 재계약은 확정적이지만 11승을 올린 브라이언 고든과의 재계약 여부는 의문부호. 고든은 25경기에서 128이닝으로 경기 당 이닝 소화가 5.12이닝으로 아쉬움을 샀다. 정현욱(LG)의 이적으로 계투진에 누수가 생긴 만큼 팀 입장에서도 좀 더 이닝을 소화해줄 만한 외국인 투수가 필요하기는 하다.
이미 데이브 부시와 이별을 고한 SK 와이번스는 마리오 산티아고를 어떻게 할 지 고민 중이다. 마리오는 올 시즌 18경기 6승 3패 평균자책점 3.40으로 꽤 괜찮은 투구 내용을 펼쳤으나 몸이 문제다. 이미 무릎 부상으로 인해 결장 공백이 길었던 마리오인 만큼 SK도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구위와 경기 운영 능력은 꽤 안정적인 투수인 만큼 그냥 풀어주기도 애매하다. 이미 고향으로 귀국한 마리오는 구단 측에 MRI 사진을 보내 재계약에 성공하겠다는 뜻이지만 아직은 알 수 없다. 두 명을 모두 보낸다면 SK는 또 다른 투수 두 명으로 외국인 선수 슬롯을 채울 계획이다.
13승 좌완 쉐인 유먼을 붙잡은 롯데는 라이언 사도스키와의 작별을 준비 중이다. 사도스키는 올 시즌 8승 8패 1홀드 평균자책점 4.32로 세 시즌 중 가장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부진에 이어 의료사고까지 겹치며 SK와의 플레이오프는 구경만 하고 말았다. 검증된 투수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재계약을 그리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최하위 한화는 데니 바티스타와의 재계약을 확정짓고 이미 션 헨이 비우고 떠난 지 오래인 남은 한 자리 채우기에 나선다. 김응룡 감독이 직접 도미니카 윈터리그 현장으로 건너가 선발 투수를 고를 예정. 해태-삼성 감독 재임 시절 트래비스 샌더스, 틸슨 브리또, 매니 마르티네스 등 외국인 타자로는 재미를 보았으나 투수로는 마음 고생을 겪었던 김 감독이 구미에 맞는 외국인 투수를 잡을 수 있을 지도 주목할 만 하다.
세 명의 외국인 선수를 기용할 수 있는 신생팀 NC는 세 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선발 투수로 기용할 예정이다. 타선에 검증된 거포 이호준을 수혈, 중심을 잡게 하고 3번 타자로는 나성범이 서며 축을 이룰 계획이다. 김경문 감독도 두산 재임 시절 게리 레스, 다니엘 리오스, 맷 랜들, 켈빈 히메네스 등 외국인 선발 투수로 재미를 봤던 지도자인 만큼 1~3선발을 모두 외국인 투수로 채울 가능성을 비췄다.
새 얼굴을 찾는 팀들은 점차 후보군을 정리하면서 실력파 투수를 데려올 계획. 이 가운데 2010년 두산에서 14승을 올렸고 최근 2년 간 라쿠텐에서 뛴 히메네스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만약 두산이 나를 재기용하지 않을 것이라면 보류권을 풀어주었으면 한다”라는 말로 한국으로의 복귀를 갈망했다. 또한 아시아시리즈에서 대만 라미고 몽키스 소속으로 삼성에 3피안타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둔 마이클 조나단 로리 주니어도 “한국 팀이 원한다면 그 곳에서 뛸 수도 있다”라는 뜻을 밝혔다. 로리는 지난해 10월 목동에서 넥센의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9개 구단 총 19명의 외국인 선수가 모두 투수로 채워질 가능성이 유력하다.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초기에 비해 리그 수준이 올라갔고 팀 당 선수 보유 제한이 있는 만큼 웬만한 5툴 플레이어나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거포가 아니라면 이제는 모든 팀이 투수를 선호하는 형국이다. 한 시즌 대계를 결정짓는 외국인 선수 선택에 있어 각 팀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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