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라의 도란도란]이성열, 엉뚱한 순천 남자의 진지한 야구 이야기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11.21 06: 39

스스로도 "만만하게 보기 쉽진 않은 외모"라고 했다. 하지만 이 남자 보면 볼수록 구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일본 가고시마에서 마무리 훈련을 소화중인 이성열(28)은 시즌 때보다 한결 편안한 모습이었다. 그는 "솔직히 처음 트레이드 됐을 때는 이른바 '멘붕'이었다. 4개월 정도가 지나니 이제 적응도 되고 다 좋아졌다"고 근황을 밝혔다.
지난 7월 9일 이성열은 오재일과 트레이드돼 두산에서 넥센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본인 스스로에게도 실망이 큰 생애 두 번째 트레이드였다. 평소 낯가리는 성격 탓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지만 초중고 후배인 지재옥(24) 등의 도움으로 많이 익숙해졌다.

이번 마무리 캠프에서 그는 두 가지에 열중하고 있다. 이성열은 "박흥식 코치님이 갑자기 떠나셨지만 평소에 말씀하셨던 대로 방망이를 세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염경엽 감독님이 타격시 타이밍을 길게 가져가라고 주문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스윙이 간결해지면서도 비거리는 훨씬 늘어난 모습이다. 심재학 코치는 "최근 모습은 우리나라 좌타자 중에서도 수준급의 비거리다. 스윙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스스로도 "안좋은 것을 다 고치는 것보다 두 가지를 고치니 다른 것도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희소식이 또 있다. 21일 넥센 캠프에는 허문회 신임 타격코치가 합류한다. 이성열이 2007년까지 LG에 있을 때 허 코치가 2군 타격코치를 맡아 함께 했다. 이성열은 "선수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분이다. 팀에 큰 도움이 돼주실 것"이라고 허 코치를 다시 만나는 기대를 드러냈다.
진지하게 야구 이야기를 하다가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순박한 시골남의 모습으로 돌아간 이성열이었다. 그는 "경제 능력을 떠나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시면서 힘들게 날 키워주셨다. 3~4년 전부터 겨울 휴식 때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을 도우려고 한다. 소를 키우는 게 힘들지만 보람있다"고 해맑게 웃었다.
그는 인터뷰 중 "자신에게 안티팬이 많다"고 했다. 그동안 자신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는 "나이를 먹다보니 내가 잘해야 팀도 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홉 타자가 다 그렇게 생각하면 팀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이제 여기가 내 팀이니 내년에 내가 할 일을 잘해서 팀을 꼭 가을 야구로 이끌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에게 해야 할 일이란 '장타'다. 언제나 이성열을 따라다니는 2010년 24홈런 성적. 그에게 자부심이자 부담감일 것 같지만 그는 "언제 생각해도 기분 좋은 성적"이라고 말했다. 이성열은 "지금도 컨디션이 좋다. 내년에 부상 없이 경기에 나간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수줍지만 믿음직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성열의 야구 인생 목표는 '마흔 살까지 야구하기'다. 이성열은 "억대 연봉도 좋지만 몇년 반짝하는 것보다는 꾸준히 잘하고 싶다"고 마지막 소원을 밝혔다. 가족을 위해 계속 야구를 할 것이라고 진지하게 말하던 그와의 대화는 가족에서 나아가 소의 시세와 아버지 농사에 대한 걱정으로 끝났다. 비록 달변가는 아니지만 이성열에게는 엉뚱함 속 진지함이 듬뿍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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