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프로야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외국인타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초창기만 하더라도 외국인타자가 득세했지만 마운드 강화가 우승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며 완벽하게 추세가 바뀌었다. 각 구단의 외국인투수 기용은 전력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다양성 측면에서는 하나의 볼거리를 없애고 말았다. 외국인타자 특유의 힘 있는 스윙, 그리고 장타가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수많은 외국인타자가 한국을 거쳐 간 가운데 롯데는 특히 많은 추억을 가진 구단이다. 1999년 입단한 펠릭스 호세는 말 그대로 리그를 '지배'한 타자였으며, 2008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카림 가르시아는 화끈한 타격, 그리고 화려한 쇼맨십으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호세는 한국에서 뛴 4시즌동안 통산 타율 3할9리 95홈런 314타점을 기록했고 마찬가지로 4시즌을 뛴 가르시아는 통산 타율 2할6푼4리 103홈런 339타점을 올렸다.
그렇다면 내년 사직구장에서 제 2의 호세, 제 2의 가르시아를 볼 가능성은 없을까. 롯데는 이번 FA 시장에서 '집토끼'였던 김주찬과 홍성흔을 모두 놓치고 말았다. 김주찬에 4년 44억원, 홍성흔에 3년 25억원의 계약조건을 제시했지만 모두 결렬됐고 결국 김주찬은 KIA, 홍성흔은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한꺼번에 1번 타자와 4번 타자가 빠져 나가며 롯데는 공격력이 크게 약화됐다. 이를 보강하고자 해도 FA 시장은 이미 종료돼 사실상 보상선수 2명과 트레이드, 선수 자체육성, 외국인선수 기용 외에는 답이 없다. 롯데 배재후 단장은 "김시진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선수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다. 120% 역할을 해 주셔서 좋은 선수를 길러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수육성도 쉽지만은 않다. 유망주라 하더라도 1군 무대에서 껍질을 깨고 나오는 건 극히 일부에 그친다. 또한 보상선수를 통해 꾀할 수 있는 전력보강도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트레이드를 선택한다면 결국 그만큼의 전력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롯데가 공격력 강화를 위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외국인타자의 영입이다. 이미 롯데는 올 시즌 좌완 에이스로 활약한 쉐인 유먼과 재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나머지 한 명인 라이언 사도스키와의 사실상 재계약을 맺지 않을 방침이라 현재 외국인선수 탐색작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내년에도 롯데는 외국인투수 2명으로 시즌을 꾸릴 계획이다. 공격력 보강도 필요하지만 성적을 위해서는 선발진 재구축이 우선순위라는 판단이다. 김시진 감독은 "정상 로테이션으로 한 시즌을 보낼 수 있도록 선발투수를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정민태 투수코치는 "스카우트가 보내 온 투수 비디오를 계속 보고 있다. 쓸 만한 선수들이 있더라"고 밝힌 상황이다.
배 단장 역시 "현재로서는 외국인타자 영입 계획이 전혀 없다"고 확인했다. 그는 "빈자리가 생기면 누군가 채우는 게 야구다. 마운드 강화가 더욱 시급하다고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보상선수 2명은 공격력 강화 쪽에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할 것이고 그 외에 트레이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핵심타자 2명이 유출돼 공격력에 타격을 입었지만 그보다 마운드 강화가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롯데가 올 겨울 '공격력 보강'이라는 숙제를 어떻게 풀어낼 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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