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로서는 최고의 영광 아닌가. 게다가 배울 점도 무척 많다".
롯데 자이언츠에 박기혁(31)이 돌아왔다. 박기혁은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치고 지난 9일 소집해제돼 현재 사직구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롯데의 마무리훈련에 합류, 구슬땀을 쏟고 있다. 군입대 전 부동의 주전 유격수였던 박기혁은 자리를 비운 2년간 빈 자리를 채운 문규현과 주전경쟁을 앞두고 있다.
지난 15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박기혁은 군입대 전보다 더 살이 빠진 모습이었다. 그는 "2년 동안 살이 좀 쪘다. 그래서 일부러 살을 5kg 빼고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살은 빠졌지만 화려한 수비는 여전했다. 그동안의 공백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몸놀림은 경쾌했고 즐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박기혁의 최우선 과제는 감각 끌어올리기다. 2년간 개인훈련을 했지만 거의 공을 손에 쥐지 않았기에 올 겨울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만 한다. 박기혁을 신인 시절부터 본 권두조 2군 감독은 "절대 욕심내지 마라. 군 제대한 선수들이 의욕만 앞서서 시즌 준비하다가 부상당하는 일이 많다. 스프링캠프 참가도 컨디션을 봐서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주전경쟁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2년동안 주전 유격수였던 문규현을 포함해 정훈·신본기 등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여기에 박기혁은 "몸 상태는 정말 좋다. 대신 경기감각은 많이 떨어져 있어 빨리 올려야 한다"면서도 "(주전경쟁은) 자신있다. 군 복무 하면서도 (문)규현이가 하는 걸 잘 봤다"고 말했다.
박기혁은 2009년 열린 2회 WBC에서 주전 유격수로 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대표팀에 유격수는 박기혁 하나였다. 큰 대회에서도 박기혁은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면서 준우승을 거두는 데 밑거름이 됐다. 이후 박기혁은 2년동안 군복무를 했고, 어느새 내년에 다시 WBC를 앞두고 있다.
WBC 출전 당시를 떠올리던 박기혁은 "정말 다시 나가보고 싶은 게 WBC"라면서 "미국에 있는 좋은 경기장을 밟는 게 감격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는 것 자체가 공부가 됐다. 야구인생 최고의 경험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 WBC 말고 그 다음 대회때는 선수 은퇴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출전하는 선수들이 부럽다"며 웃었다.
터줏대감 박기혁이 돌아오면서 롯데 유격수 자리는 무한경쟁을 앞두고 있다. "정말 야구가 그립고 간절했다"고 말한 박기혁, 주전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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