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에서 쓴 맛을 본 롯데와 SK가 내년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인가.
롯데와 SK는 포스트시즌 단골팀이다. 롯데가 2008시즌부터 5년 연속 준플레이오프, 혹은 플레이오프 무대를 치렀고, SK는 2007시즌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으며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롯데는 2008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 부임 후 막강한 타력을 선보이더니 최근 2년 동안에는 선발진에 이어 불펜진도 안정감을 찾으며 투타가 균형을 찾아갔다. SK 역시 2007년 김성근 감독이 팀을 맡은 후 곧바로 정상에 오르며 한동안 약점이 없는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롯데와 SK는 이번 FA 시장서 주축선수 잔류에 실패했다. 롯데 리드오프 김주찬과 4번 타자 홍성흔은 각각 KIA와 두산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SK 4번 타자 이호준은 NC로 향했다. 아직 보상선수 지명이 남아있지만, 타선의 핵심 역할을 했던 이들을 빼앗겼기 때문에 두 팀 모두 전력누수를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롯데는 김주찬이 성장하고 홍성흔이 FA로 들어오면서 강팀 대열에 합류했다. 2008시즌 타율 3할1푼3리 32도루로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된 김주찬은 지난 5년 동안 타율 3할 188도루를 기록하며 롯데의 득점을 이끌었다. 수비 역시 매 시즌 발전해 이제는 외야 코너를 맡는 데 무리가 없다.
두산 시절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던 홍성흔은 2009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후 진화했다. 롯데에서 4년 동안 타울 3할3푼 59홈런 321타점을 기록, 올 시즌에는 이대호의 공백을 메우며 4번 타자 자리도 꿰찼다. 포수마스크를 내려놓고 외야수 전향에는 실패했지만 막강한 타력으로 리그 최고의 지명타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라운드서 보이는 활약 외에도 덕아웃과 락커룸에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앞으로 롯데는 둘의 공백을 메우는데 전념해야 하지만 당장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가 힘들어 보인다. 수비에서 입은 손실이 크지는 않아도 공격에는 마땅한 대체자원이 없다. 두 번째 외국인 선수도 타자가 아닌 유먼과 원투펀치를 이룰 선발투수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리그 최고의 4번 타자 이대호, 에이스투수 장원준을 잃은 데 이어 2년 연속 팀의 뿌리가 빠져나갔다. 선수단 구성만 놓고 보면 정점을 찍고 급격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이호준은 올 시즌 5년 만에 3할 타율을 달성하며 4번 타자로 부활했다. 18홈런 78타점으로 최정과 함께 중심타선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물론 FA 계약기간 중 유일하게 자기 몫을 해낸 시즌이라는 것을 부정하긴 힘들다. 그러나 타격 메커니즘의 변화와 출루율의 비약적인 상승이 동반됐기에 향후 몇 년 동안 활약을 기대할만 하다. 이호준도 홍성흔과 마찬가지로 락커룸 리더로서 SK에 끼치는 영향력이 대단했다.
SK는 FA 내부단속 실패 외에도 정우람의 군입대, 모창민의 NC 특별지명 등 또 다른 전력누수를 겪었다. 롯데가 2년 연속 4번 타자를 잃었다면 SK는 지난해 정대현의 이적에 이어 정우람의 군입대로 연달아 마무리투수가 사라졌다. 최근 2년 동안 SK 불펜이 정우람과 박희수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것을 돌아보면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빼어난 잠재력을 지닌 모창민의 NC행 역시 이호준이 나간 상황이라 아쉬움을 더한다.
물론 벌써부터 두 팀의 4강 탈락을 점치는 것은 이르다. 롯데와 SK의 전력이 약해지긴 했지만 기존 하위 팀 역시 눈에 띌 정도로 전력이 좋아지진 않았다. KIA가 김주찬 영입으로 테이블세터를 강화했을 뿐, 한화와 넥센은 FA를 통한 전력보강이 전무하다. LG는 불펜진을 강화했지만 선발진에 붙은 물음표는 그대로다. NC 역시 신생팀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013시즌 지난 5년 동안 고착화된 순위판도가 이번 FA 시장으로 변화를 맞이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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